에피소드 3
에덴의 하루는 정해진 규칙대로 돌아갔다. 인공 태양이 떠오르면 모두가 일어나 할당된 일을 시작했다. 농업 구역에서 식물을 재배하거나, 정제 구역에서 물을 정화하거나, 혹은 나처럼 연구 구역에서 에덴의 기술을 유지보수하는 일.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그들은 생존 자체만으로도 감사했다.
나는 정우의 감시를 피해 아버지의 기록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아버지는 기록 곳곳에 알 수 없는 기호와 함께 '붉은 덩굴'에 대한 경고를 남겨두었다. 그는 덩굴이 단순히 세상을 파괴한 존재가 아니라, '생체 코어'와 연결된 어떤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록은 중간에 뚝 끊겨 있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기록은 '정우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해. 하지만...'이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나는 그 문장에서 멈춰 섰다. 아버지는 왜 정우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 못했을까? 그때, 나의 눈에 아버지의 낡은 서랍이 들어왔다. 그 서랍은 잠겨 있었고,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 서랍을 한 번도 열어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정우가 그 서랍을 열어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나는 그 서랍 안에 아버지의 마지막 진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버지의 기록에서 단서들을 찾아보았다. 복잡한 기호들, 알 수 없는 좌표들... 그리고 '생체 코어'의 핵심 원리를 설명하는 난해한 문장들. 나는 밤을 새워가며 기록들을 해독했다. 며칠 후, 나는 마침내 서랍을 여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단순히 열쇠를 쓰는 것이 아니라, 루멘 코어의 핵심 주파수를 이용한 생체 인식 시스템이었다. 나는 정우 몰래 루멘 코어의 주파수 데이터를 해킹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서재로 달려갔다. 서랍에 손을 대자, 희미한 푸른빛이 번뜩였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서랍이 열렸다. 그 안에는 낡은 일기장과 함께,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다. 사진 속에는 아버지와 정우, 그리고 또 다른 한 여자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일기장에는 아버지의 마지막 글이 적혀 있었다.
'정우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직 기술의 완벽성만을 추구하는 이성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생체 코어는 이성을 넘어선 자연의 원리다. 붉은 덩굴은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병든 지구를 위한 면역 반응이었다. 생체 코어는 그 덩굴의 힘을 이용해 루멘 코어의 불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정우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는 붉은 덩굴을 인류의 적으로 규정하고, 영원히 지하에 갇히게 할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숨겨야만 한다. 무진아... 언젠가 네가 이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면, 부디 나의 연구를 이어가 지상으로 나아가주렴. 에덴은... 에덴은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없어.'
나는 일기장을 읽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정우가 왜 아버지의 연구를 숨기려 했는지, 그리고 왜 에덴의 시스템이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에덴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아니라, 영원한 감옥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