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사라진 것들의 목록

1부: 침묵의 무게

by 몽환

나는 낡은 수첩을 꺼냈다. 펜은 사라질 것을 알기에, 연필로 꾹꾹 눌러 썼다.


'안녕'

'사랑'

'커피'

'희망'

'시간'

'나'


나는 단어들을 나열하면서, 사라진 것은 단어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안녕'이라는 단어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서로를 만났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멈칫거렸다. 뻘쭘하게 고개만 끄덕이거나,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소중한 사람과 헤어질 때의 작별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라지자, 연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마음을 전해야 했다. 어쩌면 더 순수한 감정이 남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감정을 정의할 단어가 없으니, 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불안해했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나'라는 단어가 사라져가는 것이었다. '나는 강민우이고, 나는 언어학자이며, 나는...'. 나는 거울을 보며 내 이름을 속으로 되뇌었다. '강민우'. 하지만 그 단어는 점점 낯설어졌다. 마치 남의 이름처럼. 나는 이대로 '나'라는 단어를 잃어버리면, 정말로 내가 아닌 존재가 되어버릴까 두려웠다.


그때, 누군가 연구소 문을 두드렸다. 나는 낡은 수첩을 황급히 덮었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한서연. 그녀는 내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입술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동정이나 좌절이 아닌, 아주 묘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가리키고, 다시 내게로 손짓했다. 나는 그녀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이 세상의 '첫 번째 침묵' 이전부터 침묵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나는 내 수첩을 꺼내 연필로 '누구세요?'라고 물었고, 그녀는 손으로 '우리'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손바닥에 '함께'라는 글자를 썼다. 나는 그녀의 따뜻한 손을 느끼며, 이 세상에 언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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