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도시

에피소드 2

by 몽환

이건호의 경고가 묵살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도시의 심장부에서 대재앙이 시작되었다. 이건호는 강 박사와 함께 비상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관제 센터에서 밤을 새우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의 그래프가 불규칙하게 치솟기 시작했고, 이건호는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아니, 이럴 수가..." 강 박사가 경악하며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빌딩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건호의 눈앞에 있던 모니터들이 파열하며 불꽃을 튀겼다. 천장의 조명이 깜빡이다 꺼졌고, 비상등의 희미한 불빛만이 공간을 비췄다. "지진이야! 아니, 지반 침하!" 강 박사의 외침이 울렸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이건호는 본능적으로 책상 밑에 몸을 숨기려 했지만,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빌딩의 한쪽 벽면이 통째로 뜯겨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도시의 한복판에서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었다.


도로는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빌딩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건호는 간신히 무너지는 건물 잔해를 피해 탈출했다. 그는 공학자로서의 지식을 활용해 건물의 약한 부분을 피하고, 가장 안전한 출구를 찾아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수진아, 은별아...' 아내와 딸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도시는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사람들의 비명과 사이렌 소리가 뒤섞이며 지옥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이건호는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을 보며 무력감에 휩싸였다. '결국, 또 이렇게 되는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려 했지만, 이미 통신망은 끊긴 상태였다. 도시는 먼지와 연기에 휩싸였고, 끊임없이 지반이 흔들렸다.


이건호는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겨우 몸을 숨겼다. 그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참혹했다. 그는 무너진 도시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지식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음에 절망했다. 공학자의 책임감은 거대 재난 앞에서 그저 무력한 감정일 뿐이었다. 그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려, 도시를 집어삼키는 굉음을 들으며 모든 희망을 잃어갔다.


싱크홀은 도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통신망과 전력망을 모두 파괴했다. 도시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건호는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가족과 동료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그의 모든 노력은 허사가 되고 만다. 그는 완전히 혼자가 된 것이다. 그는 공학자로서의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는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도시의 안전을 설계했던 내가, 이제는 내 가족 하나 지키지 못하는구나.' 그는 차가운 도시의 잔해 속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들을 다시금 곱씹었다. 그는 도시를 믿지 않았고, 인간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기 자신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무너진 도시의 한구석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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