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시의 심장

6장. 유산의 의미

by 몽환

빛의 입자로 변환된 윤하와 선우, 강 박사는 빙하의 균열을 통과해 다시 고대 도시의 입구에 도달했다. 그들이 처음 들어섰던 동굴은 이제 '오션프론티어'의 탐사선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도시의 심장부, 즉 거대한 피라미드 주변에는 빅터의 병사들이 중무장한 채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독점하려는 빅터의 야욕을 지키는 파수꾼들이었다.


"젠장… 이미 완전히 장악했군." 선우가 이를 갈았다. 그가 가진 지반 스캔 장비로는 피라미드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 파장이 극도로 증폭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빅터가 고대 에너지의 제어 방식을 알아낸 것 같아요. 바이러스 파장도 함께 증폭되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 같아요."


윤하는 빛의 형태로 그들을 피라미드 내부로 이끌었다. 그녀의 몸속에 있는 시리의 의식은 피라미드와 강하게 공명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피라미드의 구조와 에너지 흐름이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피라미드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다. 고대 문명의 모든 에너지를 제어하고, 바이러스를 봉인하기 위한 거대한 제어 장치였다.


"빅터는 이 피라미드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윤하가 말했다. "그는 에너지를 제어하는 방법만 알아냈을 뿐, 바이러스를 봉인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도시 전체가 붕괴하면서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겁니다."


그들은 피라미드의 중심부, 즉 고대 문명의 심장부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수정체 같은 장치가 놓여 있었다. 장치 주변에는 복잡한 회로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회로들을 통해 푸른빛의 에너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빛은 평화롭지 않았다. 불안정하게 깜빡이며, 마치 거대한 괴물이 울부짖는 것처럼 진동하고 있었다. 빅터의 탐욕이 만들어낸 불협화음이었다.


거대한 장치 앞에 빅터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성공에 대한 희열과 함께, 이 거대한 에너지를 손에 넣었다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그의 뒤에는 수십 명의 병사들이 그를 호위하고 있었다.

"윤하 박사님, 이선우 박사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빅터의 목소리는 비열한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말했지. 인류의 미래는 이제 나의 손에 달려 있다고. 이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손에 넣었으니, 나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할 수 있을 걸세."


"당신은 인류의 미래를 손에 넣은 게 아니야!" 윤하가 소리쳤다. "당신은 인대에게 파멸을 안겨준 거라고! 이 에너지는 바이러스를 봉인하는 데 쓰여야 했어. 당신은 그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 에너지를 남용하고 있어! 도시 전체가 붕괴하고,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거야!"


빅터는 윤하의 경고를 비웃었다. "고고학자의 낭만적인 망상에 불과하군. 나는 이미 이 에너지의 제어 방식을 알아냈다. 바이러스는 내가 만든 치료제로 완벽하게 통제될 거야. 이 도시의 기술과 에너지는 이제 오직 나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나는 새로운 인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녀는 손에 든 유물 파편을 움켜쥐었다. 파편은 빅터가 제어하고 있는 거대한 장치와 강하게 공명하고 있었다. 시리의 의식이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다. '유산은… 기술이 아니다. 깨달음이다.'


윤하는 눈을 감고 시리의 의식과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고대 문명의 모든 역사가 다시 한번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바이러스와 싸우다 멸망했지만, 그들의 진정한 유산은 기술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바이러스는 단순한 적이 아니라, 고대 문명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였다는 것. 그리고 그들을 멸망으로 이끌었던 것은 바이러스를 힘으로 제압하려 했던 그들의 오만함이었다.


윤하는 깨달았다. 그녀는 이 에너지를 이용해 빅터와 싸워 이겨야 했다. 하지만 힘으로 싸워서는 안 되었다. 시리가 자신에게 넘겨준 마지막 유산, 깨달음으로 싸워야 했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은 빅터가 제어하고 있는 에너지 파동을 거슬러 올라갔다. 피라미드의 거대한 장치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빅터는 당황한 듯 장치를 조작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윤하의 몸에서 나온 푸른빛은 장치를 집어삼키더니, 피라미드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게… 무슨…?" 빅터의 목소리가 당황스러움에 떨렸다. 윤하의 목소리가 피라미드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 에너지는 당신의 탐욕을 위한 도구가 아니야. 이 에너지는 생명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존재했던 거야. 당신은 그들의 경고를 무시했어!"


푸른빛은 피라미드 전체를 감쌌고, 그 안에서 바이러스 파장은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윤하는 시리의 마지막 가르침대로, 바이러스를 적으로 규정하고 힘으로 제압하는 대신,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이용해 바이러스의 파장을 '안정화'시키려 했다. 그것은 고대 문명이 봉인에 실패했던 이유를 역으로 이용한, 새로운 해법이었다.


빅터의 얼굴은 경악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의 병사들은 윤하를 향해 총을 겨누었지만,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그들을 압도했다. 윤하는 이제 고대 문명의 마지막 유산을 온전히 이해하고, 새로운 인류의 길을 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사라진 존재들의 유산은 그렇게, 인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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