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사라진 존재들
윤하의 몸속으로 흡수된 시리의 에너지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그들은 시리의 의식이 안내하는 대로, 고대 문명의 에너지 흐름을 따라 이동했다. 드넓은 바다 위, 거대한 빙산 사이를 지나면서도 '오션프론티어'의 감시망에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윤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그들의 유일한 방패이자 길잡이였다. 하지만 이 힘을 사용할 때마다 그녀의 몸은 마치 끓는 물속에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했다. 시리의 의식과 에너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그녀의 육체와 정신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었다.
"윤하 씨, 이대로는… 당신의 몸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선우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는 윤하의 옆에서 그녀의 생체 신호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 박동은 불안정했고, 체온은 극도로 낮아졌다. "괜찮아요… 시리가… 나에게 힘을 주고 있어요. 버틸 수 있어요." 윤하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강 박사는 윤하의 손에 들린 고대 유물 파편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 파편이 시리의 에너지와 너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것 같군. 어쩌면 이 파편 자체가 고대 문명의 에너지 제어 장치의 일부일지도 몰라."
그들의 여정은 마침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고대 문명의 에너지 흐름은 그들을 남극의 해저로, 그들이 처음 탐사를 시작했던 빙하 아래의 균열 지점으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거대한 돔형의 연구 기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강 박사의 지도 아래 건설된, 인류의 마지막 보루 중 하나였다.
드론이 기지 내부에 착륙하자, 그들의 무사 귀환을 기다리던 강 박사의 연구팀원들이 달려 나왔다. 그들은 모두 윤하의 푸른빛에 놀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강 박사는 그들을 제지하며 윤하와 선우를 곧바로 의료 시설로 안내했다. 윤하의 몸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녀의 몸은… 미지의 에너지에 의해 세포 단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이 말했다. "이대로 계속 힘을 사용하면… 생명에 위험이 올 수도 있습니다."
윤하는 의료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고 시리의 의식과 교감했다. 시리가 보낸 마지막 이미지, 피라미드의 에너지 제어 장치가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빅터는 이미 그 장치를 장악했을 터였다. 그들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는 다시 그곳으로 가야 해요." 윤하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빅터가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잘못 사용하기 전에, 그들이 봉인했던 바이러스를 완전히 통제하기 전에…."
선우는 윤하의 결의를 이해했다. "하지만 어떻게 가죠? 그들의 감시망을 뚫고… 게다가 빅터가 이미 그곳에 있다면…." 윤하가 손에 들린 파편을 보았다. "시리의 에너지가 있으면 가능해요. 이 파편이… 고대 도시의 에너지 제어 장치와 연결되어 있어요. 시리가 제게 힘을 준 이유가 분명 있을 거예요."
그때, 강 박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너희들의 말이 맞아. 나도 방금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그는 스크린에 복잡한 데이터 그래프를 띄웠다. "시리의 에너지와 유물 파편이 공명하는 주파수가, 고대 문명의 에너지 제어 장치와 동기화되어 있다. 이 파편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도시의 핵심 키 역할을 하는 것 같군. 빅터는 도시의 에너지를 장악했을지는 몰라도… 이 파편 없이는 그 에너지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는 없을 거야."
선우의 눈이 번뜩였다. "그렇다면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저 파편을 가지고 있다면, 빅터의 계획을 막을 수 있어요. 고대 도시의 에너지 흐름을 조종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멈출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의 희망도 잠시, 비상벨이 기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스크린에는 기지 주변에 접근하는 '오션프론티어'의 탐사선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윤하와 선우의 귀환을 알고, 이곳을 포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결국 여기까지 쫓아왔군." 강 박사가 이를 갈았다. "빅터는 이 파편을 손에 넣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하지만 우리는 이 파편을 빼앗길 수 없다!"
윤하는 파편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몸은 고통스러웠지만, 그녀의 눈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시리가 자신에게 넘겨준 마지막 유산, 그리고 사라진 존재들의 마지막 희망을 지켜야 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곳으로 가야 해요. 이 파편을 가지고… 빙하 아래로."
그들은 다시 한번 죽음의 문턱을 넘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력하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었다. 시리의 희생으로 얻은 새로운 힘과 고대 문명의 지혜, 그리고 빅터의 탐욕에 맞서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사라진 존재들의 마지막 유산은 이제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 최후의 무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