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푸른빛의 고통

6장. 유산의 의미

by 몽환

UN 통합 연구 기지 전체에 비상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오션프론티어'의 탐사선들이 기지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거대한 금속 탐사선들이 빙산 사이로 육중하게 다가오는 모습은, 마치 포식자가 먹이를 노리는 것처럼 위압적이었다. 기지 내부의 모든 통신망은 이미 마비되었고, 외부와의 연락은 완전히 끊겼다.


"빅터가 결국 군사적 행동을 감행했군." 강 박사가 상황판을 보며 이를 갈았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함께 자신의 계획이 모두 간파당했다는 무력감이 서려 있었다. "이곳을 버리고 탈출해야 한다. 우리는 이 파편을 빼앗길 수 없어."


윤하의 몸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시리의 모든 의식과 에너지를 받아들인 후, 그녀의 몸은 마치 거대한 폭풍우를 견디는 작은 배처럼 위태로웠다. 피부 위로 푸른빛의 혈관이 드러났고, 손에 든 유물 파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유물 파편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윤하 씨, 정신 차려요! 이대로는 안 됩니다!" 선우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당신 몸이… 당신 몸이 고대 에너지에 잠식되고 있어요. 이 힘을 당신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윤하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시리의 기억들이 영화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고대 문명이 바이러스와 싸우다 멸망해가는 모습, 마지막 남은 존재들이 모든 희망을 응축해 봉인의 길을 택하는 모습. 그리고 시리가 자신을 희생하며 윤하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던 순간의 감정까지. 그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었다. 수만 년의 고통과 지혜, 그리고 인류에 대한 간절한 경고였다.


'유산은… 기술이 아니다.' 윤하의 머릿속에 시리의 목소리가 울렸다. '유산은… 희생과 깨달음이다.'

윤하는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푸르게 빛나고 있었고, 그 안에는 고통과 함께 새로운 결의가 담겨 있었다. "괜찮아요, 선우 씨. 제가… 이겨내야 할 고통이에요. 시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강 박사는 다급하게 탈출 경로를 찾고 있었다. "기지 내부에는 비상 탈출용 터널이 있지만, '오션프론티어'가 이미 그곳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다른 방법이…."

바로 그때, 윤하가 손에 든 파편을 가리켰다. "시리가… 또 다른 통로를 알려줬어요. 고대 문명의 에너지가 흐르는 곳. 그 에너지 흐름을 이용하면… 빅터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어요."


선우의 눈이 번뜩였다. "빙하 아래의 에너지 흐름을 이용한 새로운 통로? 그렇다면… 제 지반 스캔 데이터를 통해 그곳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지반 공학자로서 그의 본능이 발동했다. 윤하의 직관과 시리의 지혜, 그리고 자신의 과학적 지식이 결합되면 불가능한 일은 없을 거라는 믿음이 그에게 생겼다.

그들은 강 박사의 지도 아래 기지 지하의 오래된 통로로 향했다. 통로 끝에는 거대한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오션프론티어'의 병사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이 문을 열고 탈출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장비로는 이 육중한 문을 부술 수 없었다.


"이 문은… 핵폭탄을 맞아도 열리지 않을 겁니다." 선우가 좌절감에 말했다. 윤하가 문에 다가섰다. 그녀의 손에 들린 파편이 강렬하게 빛났다. 윤하는 눈을 감고 시리의 의식과 다시 한번 교감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문의 에너지 회로도가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이 문은 물리적인 힘으로 여는 것이 아니라, 고대 문명의 에너지 파장을 동기화시켜야만 열리는 문이었다.


윤하는 떨리는 손으로 문에 파편을 가져다 댔다. 파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이 문에 닿자, 문 전체에서 희미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시리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에너지는 생명이 아니며, 생명을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윤하는 그 메시지를 이해했다. 이 문을 열기 위해 힘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니었다. 생명을 존중하듯, 에너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시리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다.


윤하가 온몸의 힘을 쥐어짜 문에 에너지 파장을 주입하자, 육중한 철문이 굉음과 함께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 뒤에서는 '오션프론티어' 병사들의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윤하 씨! 빨리!" 선우가 소리쳤다. 그들은 열린 문 안으로 몸을 던졌다. 문 안은 거대한 수직 통로였다. 통로 아래에는 수만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얼음 바다가 보였다. 윤하는 다시 한번 몸에 흐르는 에너지를 이용해 그들의 몸을 푸른빛의 입자로 변환시켰다. 그들은 빛의 형태로 수직 통로를 하강했다.


그들의 눈앞에는, 그들이 처음 빙하 아래로 추락했던 거대한 균열 지점이 다시금 나타났다. 하지만 그곳은 이제 빅터의 탐사선들로 가득 차 있었다. 빅터는 이미 고대 도시의 심장부를 장악한 채,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독점하고 있었다. 그들은 탈출에 성공했지만, 진정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keyword
이전 19화3. 돌아온 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