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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일을 겪고 난 후 한동안 계속 그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던 때가 있었어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고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몸만 껍데기처럼 현재에 남아있고 영혼은 과거에서 떠돌고 있는 느낌이 들었죠. 이런 상태이다 보니 다가오는 일들에 대처할 수가 없어졌습니다.
그때 경각심이 들었어요.
앞으로의 일을 망치면 자책감이 들 테고, 또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에 빠질 테고, 또 앞으로의 일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뻔히 보였습니다. 그때 느낀 위기감을 나누고 싶어 그린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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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씨름할수록 미래는 계속 멀어지더군요.
그러니 계속 앞으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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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개봉한 SF영화 ‘컨택트’ 보셨나요? (*스포일러가 있어요)
지구에 온 외계생명체와 소통하려고 주인공이 그들의 언어를 분석하는 내용이에요.
그 외계인의 언어는 시작과 끝이 존재하지 않는 ‘O’모양이에요. 그래서 그들의 언어에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제’가 없어요. 그들에게 과거 현재 미래는 한 덩어리입니다. 모두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시간을 선형으로 인식하는 인간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시간 개념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시간은 정말 한 덩어리가 아닐지 생각해요. 그러면 이런 생각이 따라옵니다. 과거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미래 역시 고정불변인가?!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허무해지기도 하는데요.
인간은 영원히 알 수 없는 문제이니,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오늘을 성실히 살아갈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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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라도 자신을 믿기로 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