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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란 Jun 26. 2017

취준생, 편집자를 꿈꾸다

현재 진행형 자서전 3

편집자가 되리라 마음먹은 이후
나는 ‘취업준비생(취준생)’이 되었다.

문제는 출판사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정보를 얻는 것도, 스터디 등을 통해 나름의 전략을 세우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출판계에 계신다던 친척 분은 너무 오래 전에 마케터로서 일을 시작하셨기 때문에당시에 내가 필요로 했던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셨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내가 진학하려던 국어국문학과가 비인기 학과였던 것처럼, 내가 취업하려는 출판계 역시 비인기 직군이었다. 어쩌면 이렇게나 내 인생은 한결같이 ‘마이너’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계가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정기적으로 신규 직원을 뽑지 않는다는 것쯤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또한 출판계는 결원이 생길 때 인력을 충원하는 식이라,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한다는 것도. 그리고 나는 경력이 없는, 생판 초짜에 불과했다. 

  그때의 내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것이 tvN 예능 프로그램 <SNL>에서 유병재 씨가 열연했던 취준생의 대사이다. 물론 비속어 부분만 빼고. 그 장면을 그대로 옮겨 오면 아래와 같다.

2014년 10월 4일에 방영된 <SNL> ‘면접 전쟁’ 중에서
아니 X발 무슨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어?
난 어디서 경력을 쌓냐? 내 말이 틀려? 이 개X끼들아? 

  그때 나의 바람은 출판계도 다른 회사처럼 공채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학 담당 편집자를 뽑는 경우에만 원서를 쓰려 했던 나의 계획은 어떤 출판사든 입사하고 보자, 일단 출판계에 발을 들여 놓고 보자는 것으로 어느새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어디서 출판사와 관련된 구인/구직 공고를 확인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저 대학교 내의 취업 센터에서 제공하는 공고를 수시로 확인할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수료생’이 된 다음 두세 달 동안, 딱 세 곳의 출판사에 원서를 써 볼 수 있었다. 실용서와 외국어 학습서로 알려진 G사의 인턴, 그리고 국내 단행본 시장의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인 M사의 문학/역사 분야 편집자, 그리고 영유아 서적 시장의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인 S사의 인턴까지. 편집자를 구하는 출판사는 이렇게 세 군데뿐이었다.

* 출판사에 들어가고 나서야 회사 선배들을 통해 ‘북에디터(http://www.bookeditor.org)’라는 사이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출판사의 구인/구직 정보는 기본적으로 이곳에 올라온다고 보면 된다. 대학교 내의 취업 센터 등에는 규모가 큰 일부 출판사들의 정보만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편집자 혹은 북 디자이너를 꿈꾸는 예비 출판인 분들은 이 사이트에 가입하신 다음, ‘편집자 광장>구인/구직’ 게시판을 확인하면 좋을 듯싶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G사의 경우 서류에서 떨어졌으며, M사의 경우 면접까지 올라갔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떨리기 그지없었던 면접 끝에 S사의 인턴으로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 수료생이 된 지 두 달 반 만에 인턴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약 두 달(정확히는 9주)간의 인턴 기간 끝에 정규직 전환 면접을 보았고, 여기에 합격하면서 S사의 편집자로 인생 제2막이 시작되었다. 내 나이 스물넷의 일이자, 취준생이 된 지 네 달 만의 일이었다. 다시 한 번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지금 S사를 다니고 있지 않다.




  본격적인 취준생 시기가 고작 넉 달밖에 안 되는 내가 힘듦을 논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불확실성’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조금이나마, 압축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흔히들 사양산업이라고 말하는, 그래서 새로운 인력을 별로 뽑지도 않는 출판계에 내가 진입할 수 있을지가 막막하다 보니, 어느새 그 막막함은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으로 변해 갔다. 나는 정말로 이 길이 좋아서 가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로 갈 수 없음을 직감하고** 이 길이 나의 길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인지 수없이 자문했다. 그리고 쉽사리 답할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꿈이 현실의 무게를 빨아들여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 편집자를 꿈꾸기 시작한 이래, 나는 이 직업을 가졌을 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미리 준비하고자 대학생 수준에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노력했다. 우리말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자 국어사전을 다루는 대학교 부속 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하고, 미국에 파견학생을 갔을 때에는 근처 서점에 들러 어떤 한국 문학 작품이 번역되어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고민과 노력은 무형(無形)의 것이었고, 객관적인 지표로 산출될 수 없었다. 결국 나의 대학 생활을 유형(有形)의 ‘스펙’으로 결산하고 나니, 나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인재임이 자명해 보였다. 그것은 슬프도록 두려운 일이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 당연했다. 맞부딪치기 전에는 모든 것이 추측이고 가정일 뿐이다. 그 일이 천직일 줄 알았는데 학을 떼고 그만두는 경우도 생기고, 어쩔 수 없이 그 일에 종사하게 되었으나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 역시도 편집자 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취준생의 신분으로 돌아와 있다. 부딪혀 보기 전에는 그 무엇도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스스로를 너무 불신하지도, 과신하지도 말고 그냥 그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만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게 부딪혀 볼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겹고, 그 유일한 방법조차 사치가 되어 버린 시기라 속상하고 속상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몇 년 앞서 이 시기를 겪었던 사람으로서 경험담을 나누어 주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혹시나 출판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누군가의 불안함과 막막함을 약간이라도 덜어 드릴 수 있을까 싶어, 다음 글은 출판사 취업을 준비하면서 유용했던 몇 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삼사 년 전 이야기라 얼마나 유효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삼사 년 전의 나만큼은 예비 출판인들이 막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모두들,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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