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동산 전문가 나땅 Aug 21. 2023

아빠의 꿈

아빠도 한 때는 개구쟁이 소년이었고, 꿈이 있었다.

지난 주말에 강의 후에 먹태를 먹으러 갔다.

20분 조금 안 되는 많은 인원이 해도 아직 안 떨어진 오후 5시부터 낮술을 마셨다.

주제는 모두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가장 어린 연령의 멤버는 28세

가장 주류는 40대~50대이다.

제 연령대이기도 한 그 나이는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다.

'뭔가를 이룬 것도 없고

새로 시작하기에는 두려운 나이'

모험을 하려니 나 혼자가 아니라 시작하기가 어려운 나이가 40대 50대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음식은 참 마법 같은 힘이 있어서 처음 보는 사이도 음식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무에게도 못했던 속이야기를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먹태를 앞에 두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슈는 돈과 관계이다.

40대 남자 수학 선생님이 계셨다.

상계 1 구역 투자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나름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상계 1 구역 프리미엄 1억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상계뉴타운 그 정도 프리미엄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조합에는 뭘 물어보면 되나요?"

"조합에 뭘 물어본다니요?"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부동산의 의사결정을 물어보시는 것 같았다.

"제가 한번 그 가격이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조합에 뭘 더 알아봐야 되냐고 물어보시는 것은 재개발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잘 모르시면 투자하실 수 없어요. 주변 사람에게 계속 물어보고 또 안심이 안돼서 투자하시고도 잠이 안 오실 거예요.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나게 됩니다."

"맞아요 제가 전에 분양권 4000만 원 투자하고도 잠이 안돼서 자다가 자꾸 깨게 되더라고요."

한바탕 웃음이 돌았다.

말씀하시는 분은 젠틀하고 지적이며 상남자 스타일로 보였기 때문이다.

박력 있게 결정하고 한번 결정한 것에 걱정 따위는 안 할 것 같은 아저씨가 작은 걱정 근심에 잠 못 이루는 모습이란?

그리고는 가전제품이야기가 나왔다.


"세탁기는 사야 하는 걸 알겠는데 세탁기가 두 개가 오더라고요?"

같은 테이블의 우리는 세탁기가  왜 두 개인지 다 알아차렸다.

아~건조기까지 세트를 사셨구나. 요즘은 다들 그렇게 산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세로로 세우더니 흔들어 대신다.

"이런 것도 왔어요."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는데 의류관리기에서 옷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요점은 아빠는 그 기능 뭔지도 이해가 안 가는 가전을 몽땅 샀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전제품이 아니라 내가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에요."

내가 한 달에 3000만 원씩 착착 벌고 있다면 아내가 의류관리기를 사는 것이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40대 학원 일을 하고 있는 아빠는 학원 일에서 점점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고

앞으로 전망이 암울하다는 것을 하루가 다르게 느끼고 있다.

나는 나이를 먹고 젊은 선생님들이 계속 들어온다는 것, 매번 교수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

또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의 가속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유명학원 1타 수학선생님은 연봉이 100억이 넘는다는데

온라인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예전 같으면 작은 수학학원 강사님들이 나눠서 벌던 소득이 요즘은 한 명에게 몰려간다.

이런 흐름을 지켜보는 40대 가장 아빠는 속이 타들어간다.

지금까지 버티는 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가 없고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의무에는 끝이 없다.


"나 계속 잘할 수 있을까?"


어렵고 무거운 가장이라는 짐은 아버지에게서

나에게로 왔고 그 짐은 지어 본 사람만 안다.



내가 보니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가족들끼리 소통의 부재로 서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빠는 하루하루 가정의 생계가 무겁다.

아내는 빡빡한 살림하느라 평생을 갇힌 것 같다.

자녀들은 자신의 진로문제

아빠가 힘겹게 벌어온 소득이라도

가족들에게는 항상 부족했을 것이다.


내가 보니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소통의 부재로 서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부사이에 성격의 차이가 없을 수는 없으나 

살면서 가장 큰 부분은 위기에 대한 민감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같은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대응하는 방법이 다르다.

누군가는 숨이 막히도록 위기감이 느껴지는데 다른 하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겠지 한다.

다른 하나는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해 결하고 싶은데 다른 하나는 실패를 감수하고 싶지 않다.

이런 것이 매일 티끌같이 쌓여서 태산이 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빠가 이제까지 잘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 보였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빠는 숨이 막히는 데 엄마는 새 가전을 사는 것이다.

아빠는 힘겹게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장담을 할 수가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나 힘들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하자니 

구차하고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나도 자라면서 한 번도 원하는 것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

 늘 빠듯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왜 우리 집은 이렇게 가난해서 나에게 선택할 여지조차 주지 않는가?'

아빠의 무능력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나도 부모가 될 만한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아빠도 세상사는 것이 녹록지 않았고 버거웠겠구나 헤아리게 되었다.

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 개구쟁이로 자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되었다.

아빠는 처음이고 세상에 모르는 것 투성이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많다.

가장은 사직이나 졸업도 없다.

나는 아빠의 꿈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기적 이게도 나만 생각했고 아빠의 의무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빠도 꿈이 있었을 것이다.

아빠의 꿈 따위는 사치라 생각하고 돈을 버는 기계로 대한 것은 아닐까?


사람은 나이를 노력해서 먹어야 한다.

떡국 한 그릇 먹어서 그냥 한 살씩 쉽게 먹으면 안 된다.

치열하게 노력해서 한 살씩 먹어가고 나이에 맞는 지혜가 혜안을 가지면서 어른이 되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허리인 40대가 살아야 한다.

가장이 살아야 가정이 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같은 집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다른 세계를 각각 살아간다.

흡사 요즘 유행하는 다중우주의 멀티버스 같다.

하나의 우주에서 서로에 관심 한 번만 가져보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마음에 온도를 올리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