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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ar Feb 08. 2021

갑자기 찾아오는 그 이름 불안

알랭 드 보통-불안

“얘들아 나 취직했어. 내일부터 첫 출근이야”
 조용했던 카톡방이 이 한마디로 다시 시끄러워졌다. 어떤 회사야? 정말? 네가 가고 싶어 했던 곳이잖아! 진짜 잘 됐다. 축하해. 친구들이 한 마디씩 축하 인사를 건넸다. 실시간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말풍선 속에서 나도 겨우 한마디 건넸다. 
 축하해! 잘 될 줄 알았어~.
 겨우라는 표현이 야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친구의 잘 된 일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마냥 축하해 줄 수 없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친구와 나는 둘 다 일을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달리기를 하는 데 친구가 먼저 출발한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지낸 거지? 불안감이 찾아왔다. 사실 그 달리기는 각자 결승점이 달랐는데도 말이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좋은 곳에 취업을 한 선배나 동기들 중 먼저 취업을 한 사람들의 SNS 계정을 몰래 들어가 보곤 했다. 친한 사이는 아니라 팔로우는 하지 않은 채 SNS를 훔쳐보며 어떤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생활에 만족하는지를 살폈다. 그들은 알지 못하는 경쟁을 혼자 하곤 했었다. 저 사람보다 좋은 곳에 가야지, 내가 늦게 취직해도 더 좋은 곳에 가면 결국 내가 이기는 거야. 같은 이상한 생각을 했었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받는 그 느낌- 이야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다. (p.57)


이제는 그들의 SNS를 훔쳐보지 않는다. 처음엔 일이 바빠서 못 봤고 그렇게 안보다 보니 관심이 줄어들었다. 가끔은 궁금하긴 하지만 보고 난 후에 찾아오는 불안이 무섭다. 애초에 SNS는 좋은 모습만 올리는 공간인데 그걸 보고 부러워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대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불안이 찾아오면 곰곰이 생각해본다. 정말 내가 불안해야 하는 순간이 맞는지를.
 앞에 나온 친구의 경우 내가 생각하는 직업 가치관과 그 친구의 직업 가치관은 많이 달랐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일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이었고 하나하나 따져보니 내가 불안해야 할 순간이 아니었다. 차분히 마음을 들여다본 뒤 불안은 사라졌다. 나는 이제 진심으로 친구를 축하해 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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