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rror of Endless Night
아가사 크리스티 <끝없는 밤 : Endless Night>, 제14장
[ "왜 그런 표정으로 보고 있어요?"
"그런 표정이라니?"
"꼭 나를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고 있었잖아요. "
"사랑하니까 그런 거지, 그럼 어떤 표정으로 보고 있으라는 거야?"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난 진심을 담아서 천천히 대답했다.
"처음 만났을 때, 당신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어. 시커먼 전나무 옆에 서 있었던 거 말이야."
그렇다. 나는 엘리를 처음 본 순간, 그 놀랍고 설레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
<프라이드> 1막 3장 마지막 대사 – 1958년 실비아
[꿈속에 우리가 있어.
어딘지 모를 들판. 당신과 나 단 둘 뿐이야. 멀리 불빛이 보여. 어둠 속에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불빛. 우린 그 빛을 향해 뛰어. 무거운 어둠이 날 삼킬 것 같지만 당신의 손을 잡고 있으니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런데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플 만큼 뛰어도 빛은 더 멀어지고 희미해져. 갑자기 겁이 나. 필립, 필립, 날 좀 봐. 나 너무 힘들어, 필립. 대답이 없어. 당신을 봐.
아니야, 당신이 아니야. 내가 알던 당신의 모습이 없어. 텅 비어 있어. 어두운 침묵. 그 속에 난 혼자야. 어둠은 결국 빛을 삼켜. 그리고 나도 사라지면 꿈에서 깨.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도 난 혼자야.
필립, 당신은 한 번도 내가 어떤 꿈 때문에 깨어나는지 묻지 않았어.
잘 자요, 필립.]
북리뷰마다 기존에 녹음해 놓았던 낭독들을 천천히 첨부하면서, 이 두 개의 낭독들만큼은 들으며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었다. 함께였지만 혼자였던 그녀들.
결코 질문하지 않는 남자들, 그들이 밀어 넣는 기만.
묻는 순간,
내가 믿고 싶은 내가 무너지기 때문에,
말하면 더 복잡해질까 봐,
묻지 않았으면서 "네가 말 안 했잖아"
결국 그녀들은 점점 말할 이유를 잃고, 말하지 않음이 관계 유지 조건이 되며,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척" 하게 된다. 버려지지 않았지만, 사라지는 나.
위선의 세계에 자신을 가둔 채, 너무 외롭게 하는 사람을 사랑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행복을 바랐다. 엘리는 저주를, 실비아는 악몽을, 모두 혼자 보관한다.
실비아는 꿈을 말하지 않고, 엘리는 위협을 말하지 않는다. 말이 점점 필요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불안은 확인되지 않아서, 자신의 감각을 믿지 못한다.
그녀들이 사랑하는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관계에서 그녀들은 감지하고, 유지하고, 고장 난 신호를 흡수하는 존재로 설계되어 왔고, 그 역할을 끝까지 수행했을 때만
'사랑한 사람'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래서 엘리는 죽고,
실비아는 살아남지만 고립된다.
결국 실비아는 엘리가 살아 있었다면 했을 마지막 말,
엘리는 실비아가 말하지 못했다면 맞이했을 결말.
애초에 그 빛은 같은 방향을 향한 빛이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아무리 함께 달려도 도착 지점은 절대 겹치지 않아. 그러니 텅 비어있지. 나도 없고, 상대도 없고.
당신의 침묵이 나의 세계를 지우는 동안,
그저 성실하게 사라져 가고 있음을 당신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