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솔아 Aug 24. 2023

호냥이가 가출했다 (2)


    고양이 탐정의 활약은 가히 놀라웠다. 잃어버린지 3일만에 기적같이 고양이를 찾았다는 간증 글, 드론과 적외선 카메라 등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서 고양이를 수색한다는 영상… 막막하기만 했던 우리에게 고양이 탐정은 한줄기 빛 같았다. 우리 호냥이를 찾아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고양이 탐정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일요일 밤이라 지금은 출동이 불가능하고, 내일부터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잃어버린 호냥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집 근처에 붙이는 것 뿐이었다. 누군가가 호냥이를 목격해주기를, 호냥이가 어딘가 안전한 곳에 있기를 바라며. 당근 마켓에도 호냥이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감사하게도 호냥이를 꼭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따뜻한 댓글들이 달렸다.



    호냥이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우리 동네에는 걷다보면 길냥이들과 한번쯤은 마주칠 정도로 길냥이들이 많았다. 그 아이들이 우리 호냥이에게 살갑게 굴어줄까? 겁이 많은 녀석인데, 길냥이와 싸움이나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어디 가서 맞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옅게 잠든 사이 꿈을 꿨다. 호냥이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야옹 울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 호냥이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창문으로 햇빛이 따스하게 스며들어왔다. 마음이 넉넉해지는 순간, 잠에서 깼다. 모두 꿈이었구나.


    월요일 아침이 찾아왔다. 회사에는 연차를 냈다. 고양이가 사라졌다는 이유로 연차를 써도 될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팀장님은 이해해주었다. 동거인도 연차를 썼다. 우리는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이제 날이 밝았으니 동네를 샅샅히 뒤져야 한다. 분명 호냥이는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전단지 뭉치를 손에 집어들고 집 계단을 내려갔다. 뒤따라 내려오던 동거인을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다가, 멀리서 번쩍이는 불빛을 보았다. 계단 밑에 짐이 잔뜩 쌓여있는 곳이었다. 혹시나 싶어 가까이 다가갔다. 반짝이는 불빛은 두개였다. 마치 호냥이의 눈처럼. 휴대폰으로 빛을 비춰보니, 역시 그건 호냥이였다.


    호냥이는 잡동사니 사이에 기역자로 끼여서 벌벌 떨고 있었다. 밤새 여기 숨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불렀지만 호냥이는 나오지 않았다. 겁을 잔뜩 먹은 것처럼 보였다.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가 츄르(고양이 간식)를 꺼내왔다. 츄르를 코 앞에 흔들었는데도, 호냥이는 먹질 않고 고개를 휙 돌렸다. 마치 엄마랑 싸우고 삐져서 가출한 막내 아들 같았다. 그 모습에 웃음이 살며시 삐져나왔다. 호냥이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 우스웠던 것이다. 쭈굴하게 잡동사니 사이에 끼여있는 호냥이의 모습도 웃음에 한몫했다.


    몇분 간의 실랑이 끝에, 참지 못한 동거인이 억지로 호냥이를 끌어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땐 힘이 최고다. 호냥이는 어디를 돌아다닌 것인지 온 몸이 꼬질꼬질했다. 한바탕 목욕을 시키고, 간식도 충분히 줬다. “이 녀석아, 바깥 세상은 추워. 집이 최고란다.”라고 말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아쉽게도 고양이 탐정의 최첨단 장비는 구경할 수 없었다. 어이 없게도 집 근처에 찾았다고 연락을 드리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호냥이가 바깥에 나가 있었던 하루 남짓의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상상 속에 맡길 뿐. 그렇지만 호냥이의 부재를 통해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던, 두번은 겪고 싶지 않은 에피소드로 남아있다.





호냥이를 찾아라! / 쭈굴하게 숨어있는 호냥이


이전 05화 호냥이가 가출했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