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우리는 참는 법만 배웠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참는 법'을 배웠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어른스럽지 않다고,
화를 내는 건 나쁜 아이라고,
울음을 보이면 약점 잡힌다고.
그렇게 우리는
슬픔은 안으로 밀어 넣고,
화를 눌러 삼키고,
불편한 마음은 '괜찮아'라는 말로 감췄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그게 맞는 줄 알았다.
그게 어른이 되는 길인 줄 알았다.
그래야 사랑받고,
그래야 덜 미움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보니 알겠다.
감정을 참는 데에만 능해진 우리들은
결국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법을 모르는 채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는 걸.
누군가는 말없이 사라졌고,
누군가는 우울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가뒀고,
누군가는 병원 침대 위에서야 겨우 자신을 마주했다.
어릴 때 누군가 이렇게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참는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건 아니야."
"속상하면 울어도 돼."
"화를 내는 것도, 너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야."
감정을 삼킨다는 건,
자신을 버린다는 말과 같다.
어떤 날은 남의 기분에 휘둘리고,
어떤 날은 누군가의 말에 하루를 다 빼앗기며,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하느라
가장 중요한 나를 잃어갔다.
그런데도 우리는 참는 걸 잘한다고,
자랑처럼 말하고 다녔다.
상처받고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강한 사람은,
울 수 있을 때 우는 사람이고
화가 났을 때 “지금 그 말은 나를 아프게 해”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아껴주는 사람이다.
나는 이제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참기보다는, 표현하는 연습을.
무시당하기보다는, 지켜내는 연습을.
남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나에게 정직해지는 연습을.
이제는 안다.
감정을 숨기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걸.
그래야 진짜 나를 사랑하며 살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여전히 서툴지만,
참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이제는 배워야 한다.
눈물도 감정이고, 분노도 감정이다.
그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