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은 “앞으로 계획 있어?” 혹은 “하고 싶은 일이 있는거야?”이다. 그럼 나는 머쓱하게 “아니요. 앞으로 찾아보려고요.”라고 대답한다. 그 대답을 하는 나는 어딘지 모르게 당당하지 못하고,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은 나보다 훨씬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아 그래, 일단 쉬면서 찾아보면 되지”라며 급하게 마무리한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은 이상하게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물론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버킷리스트에 차곡차곡 모아두었으나, 질문자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어떻게 밥 벌어먹고 살 것인지 궁금하겠지. 슬프게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가장 궁금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앞으로 내 통장이 얼마나 버텨줄지, 잔고가 바닥 난 이후에는 새 직장을 찾게 될지, 아니면 비트코인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너무나 절망적인 나머지 종교에 귀의할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온갖 사주, 타로 어플을 하루 종일 돌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승진을 하거나 직장에서 인정받을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나를 놀리는 건가?
그렇게 무속의 바다를 헤엄치며 인생의 방향을 찾으려 하지만, 내 머리의 회로들은 꼬여가고 마음은 심란해진다. 환생해서 전부 다시 시작하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 같기도 하다. 가끔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현실로 돌려놓는 작업도 필요하다. ‘앞으로 무엇을 하지?’에서 시작되어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로 끝나는 패턴이 가장 흔하다. 조금 활력이 도는 날에는 더욱 심각하다. ‘앞으로 무엇을 하지?’에서 ‘세계 최고 기타리스트가 되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고 싶다. 우선 기타를 구입하자’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기타는 비싸고, 손도 아프고, 악보 보는 법도 배워야 한다. 그렇게 또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내가 텅 비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고, 혼돈의 상태에서 나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 자체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 마치 휴대폰 백그라운드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는 어플처럼, 내 머리 한구석에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잔잔히 깔려있어 나의 배터리를 갉아먹는다. 나는 지금 백수인데, 백수의 본분을 져버리고 풀타임 노동중이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