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낮잠을 자서 몸이 괜찮았는데,
항암치료를 받다 보면, 잠도 못 잔다고 한다. 망할 놈의 항암치료, 나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겪고 있는 듯하다. 이런 항암치료를 어찌 받아들이라는 말인가. 어제는 기운을 내서 항암치료를 잘해보자. 결심했고, 다짐하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돌아섰는데, 뭐, 불면증이라고, 새벽 내내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 결국 못 자고 무거운 몸으로 하루를 보냈는데,
동생이 병원에서 수면제 타오라고 한다.
수면제, 나에게 수면제라는 단어가 나올 줄이야.
나는 이런 종류의 두통제나 수면제 생리통제 같은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 가까이에 두지 않는데, 며칠만 더 견디다 안되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일종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예민한 체질이지만, 한 편에서는 그런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면서 살아왔기에 나는 정신, 신경안정제를 전혀 복용하지 않았다.
이제야 느끼는 것이지만 내 주변 사람들이 신경질적이고 다혈질적인 나를 사랑해주고 옆에서 지켜 봐 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만큼 굉장히 즉흥적이고, 돌직구를 남발하는 일종의 단순 세포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암 유발이 낮다고 하는데,
잠을 못 자는 것과 안 자는 것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다. 잠을 못 잘 때는 정말 누워서 공상만 한다. 꿈을 꾸듯이 밤새 뒤척이고 뒤척인다.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있다. 미칠 것 같다.
그런데, 하루 이틀도 아닌 거의 일주일 이상을 잠을 못 잔다는 것은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다.
머릿속은 온통 멍청하고 눈이 풀린 채 시야가 흐려지고 있다. 항암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기운을 더 쏟아야 하는데 힘이 들고, 벅차다. 너무나 슬프다.
일상적인 것에 의미를 두다 보니 너무 소소한 삶으로 바뀌고 있는 느낌이 들긴 든다. 하루살이 인생 같다. 오늘도 견디고 견디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그렇다고 아프기 전의 삶이 거창하거나 뭐 대단하였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 자신의 몸뚱이만 생각하면서 살아 보지를 않아서 이 자체가 어설프다는 것이다.
이렇게 환자로 하루를 지내는 것조차 어색해다. 몸은 2주의 리듬으로 바뀌고 있는데, 정신은 슬픔으로 가득 차있다. 결국 잠 못 이루면서 밤새 별의별 생각들을 나열하고 조합하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서 한탄한다.
이 시간을 견디는 것이 참 모질다. 이렇게 인생을 사는 것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뒤, 수면제를 타 와서 한 번 먹었는데 잠들지 못했다.
다시는 수면제를 먹지 않았고, 항암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몸이 잠들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