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 햇살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하늘 도서관
벗 삼아 함께 온 아들
옆구리에 가방 하나,
가만히 빈자리를 찾는다.
뇌세포는 금세 함성을
지르고
축제를 열어 맘껏 즐기라고
소리친다.
2.
온갖 고요함이 출렁이고
내가 뿜는 가냘픈 숨소리는
덩달아 조심스럽다.
담금질이 안 된 현실은
이 틈 사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림자처럼 숙명은
오로지 지금을 마주한다.
3.
순간, 나의 시선은 아들을 찾아 이미 자리를 떠나고,
바스락거리며
넘기던 책장을 조심스럽게
멈추고
초대받은 신들의 만찬에서
떠난다.
제주 소심한 책방 근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