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MBTI
성격 유형 검사인 MBTI에 너무 과몰입하는 것은 안 좋지만, 이 검사가 유행한 덕분에 내 성격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성향에 대해서도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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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위의 에세이와 같이 E와 I에 대해 글을 썼다면, 이번에는 S와 N의 차이다. S는 Sensing으로 감각형을 뜻한다. 실제 경험을 중시한다. N은 Intuition으로, 직관형을 뜻하며 영감, 육감을 중시한다. 이렇게 정의로만 봤을 때는 어떤 성향인지 확 와닿지 않는다.
제일 대표적인 차이점은
아무 생각도 안 해.
에서 진짜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난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어."라고 말을 내뱉은 적은 있지만 진짜 그런 적은 없다. 뇌에서는 이미 상상의 나래나 망상을 펼치고 있거나 그 다음에 할 일을 계획하기에 바쁘다.
S의 "아무 생각도 안 해."는 진짜 백지 상태. 아무 것도 없다.
반면, N의 "아무 생각도 안 해."는 갖가지 생각을 이미 많이 하고 있는 중인데, 그 중 콕 찝어서 어느 하나만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즉, 나는 N이다.
이런 S와 N의 차이를 보면서, "어떻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들이 막 떠오르는데... S의 뇌에 들어가보고 싶을 정도다. 한편으론, 이래서 에너지 소모가 심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누워있어도 뇌에서는 갖가지 생각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피곤할 때가 많다.
이런 성향 때문에 보이는 대표적인 예시가 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잠이 잘 오도록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있다.
광활한 우주나 아주 크고 잔잔한 바다 위에서 평화롭게 누워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상상의 핵심은 내 몸에서 힘을 빼고, 몸이 점점 가벼워져서 잠에 쉽게 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 같은 N은... 이런 상상을 하기 힘들다.
이런 바다에 누워있다고 상상하면, "갑자기 파도가 치면 어떡하지? 밑에서 상어가 나오면 어떡하지? 내가 보트 위에 누워있는건가? 튜브 위에 누워있는건가? 만약에 파도가 쳐서 뒤집어지면 어떡하지? 여기에서 빠져 나와서 뭍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생각들이 줄 짓는다.
나와 반대되는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왜 이런 상상을 해? 일어나지도 않는 상상일 뿐이잖아.' 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긴 하지만, 그런 상상이나 생각을 멈출 수 없으며 이런 것들이 꼭 부작용이나 안 좋은 상황만을 낳는 건 아니다.
자기 전에 이런 망상을 하면서 혼자만의 영화를 그리기도 한다. 또, 나와 같은 경우는 많은 상상을 통해서 쓸 거리의 소재를 찾기도 한다.
또 다른 예시가 있다. 등장인물이 많은 어떤 외국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해보자. 분명 앞에서 '에밀리 밀러'가 누구인지 알았는데, 하도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다보니 누구인지 까먹은 상황이다.
나는 에밀리 밀러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앞장으로 거슬러 가서 책의 내용을 잠깐 다시 읽고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읽을 것인가?
나는 전자다. 아마 대부분의 N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나는 어떤 책을 읽을 때, 100% 그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문장 한 문장 이해하고, 그 상황을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읽기 때문에 한 권을 읽을 때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렇게 해야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뿌듯하고 더 기억에 잘 남기 때문이다. 이 반대의 방법으로 읽은 적도 없긴 하지만...
S의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일 것이다. S 유형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무시하고 읽거나 책을 그냥 덮어버린다고 했다. 나는 찝찝해서 넘어가지 못할 것 같은데, 사람의 성향이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일화였다.
S는 N이 이런 쓸데없는 상상, 생각이 많다고 해서 '한심하거나 생각이 많아서 피곤하겠다-' 라는 생각은 갖지 않길 바란다. 이건 성격의 차이일 뿐이지, 누가 더 우월하거나 편한 성격이다라는 건 아니다.
또, N은 생각이 많다고 해서 이 성격을 고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억지로 고칠 수록 생각이 더 많아질 뿐이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그 생각의 방향을 좋게 틀면 좋을 것이다. 자기 전에나 편안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 미래의 계획이나 할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보다는 판타지 같은 상상, 기분 좋은 망상을 한다면 마음도 더 평온해질 것이다.
이 MBTI 성격 유형검사를 통해서 상대의 성격은 이런 편이고, 나의 성격은 이런 편이니 서로의 성격에 대해 비난하거나 고쳐주려고 하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