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대한 정의를 올바로 내려야 한다
요즘 취업 지원을 코딩 같은 IT 계열에 집중을 한다. 나는 문학이나 예술 계열로 지원을 원하는데, 그런 쪽은 잘 없을 뿐더러 특히나 지방에는 더더욱 없다. 아마 정부가 IT 계열을 지원하는 이유는 지금 인기를 끄는 직업이 IT 계열이기 때문이다. 몇 년 뒤에는 또 인기 직업에 따라 취업 지원이 바뀔 것이다. 직업에는 유행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편향된 취업 지원이 많은 청년들의 꿈을 막거나 어쩔 수 없는 진로 변경을 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청년을 위한 지원금 정책 기준에는 졸업 후 2년 이내라는 제한이 있다. 대외 활동을 위해 필요한 서포터즈나 기자단 같은 경우도 일반인 대상이 아니라 대학생 기준인 점도 굉장히 많다. 나는 뒤늦게야 이런 청년 지원금이 있는 걸 알고, 찾아보려고 했지만 '대학생'이어야 한다는 점과 '졸업 후 2년 제한'이라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과 서포터즈로 활동할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들었다.
첫 취업이 다음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청년이 더 좋은 곳에 취업을 하고 싶어서 구직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또한 공무원 준비나 각종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일반 중소기업 면접을 본다면, 면접관이 항상 묻는 질문은 "졸업하고 뭐했어요? 그 나이까지 뭐했어요?"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저 지원자는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가 안 되니까 그냥 우리 회사에 지원한 것이다. 그렇게 큰 열정이 없다"라고 하면서 떨어뜨릴 수 있다. 청년들도 공무원을 하고 싶어서 공무원 준비를 했지, 떨어지고 싶어서 공무원 준비를 한 게 아닌데 인식은 그렇지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청년들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하랴, 알바하랴, 스펙 쌓으랴 바쁜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이 정한 취업 적령기가 지나고 나면 "넌 이때까지 뭐했냐?"라고 묻는다. 취업을 해야지만 공부했던 시간이 공부했다고 인정받고, 취업을 하지 않으면 공부했던 시간은 놀았던 시간으로 취급된다.
여담으로 외국에는 갭이어라고, 1년 정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대학 진로 전에 진로 탐색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갭이어가 활성화되어있지 않다. 이런 제도가 활성화되면 많은 청년들이 부담을 덜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년들은 직업을 돈만 벌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평생직장이 없고, 요즘 N잡이 유행인 이유 중 하나가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다. 그저 돈만 벌기 위한 수단으로 직업을 택한다면 정체성 혼란이 와서 심적으로 힘들 것이다. 또한 사회초년생이 그렇게 월급도 많지 않을 것이니 더욱 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처럼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에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려는 이유는 안정성과 고연봉 때문일 것이다. 안정적으로, 고연봉을 받으며 취미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하려는 마음이다.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취업 준비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있겠고, 탐구할 시간 없이 시험 준비를 하느라 취업 준비 기간이 늘어난다. 물론 후자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스스로 가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게 마치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같은 누구나 할 것 같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청년의 탓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찾을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갭이어의 중요성은 더더욱 확대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눈에 보이는 청년들을 구제해주기에 급급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청년들을 구제하기 위해 취업 사각지대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땐 그렇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홍보하듯이 떠들며 펼치는 취업 지원 정책들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런 눈에 보이는 청년들은 이미 스펙을 쌓아가고 있기에 엄청난 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알아서들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마치 정부가 취업을 하는 것에 도움을 준 것마냥 떠들어대는 게 아니꼽다.
공무원, 전문직 시험 장수생 혹은 계속된 탈락에 집에 있는 취업 준비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청년만 보면서 '정부는 청년들을 위해 취업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는데 너희들이 취업 못하는 거야'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초부터 그건 취업 사각지대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아니었으니까.
많은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다. 서울만 봐도 평균 50~60만원은 월세로 나간다. 부모에게 손 벌리기 싫어서 알바하면서 일하는데, 알바해봤자 돈이 많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집이 대궐 같다면 모를까, 10평도 되지 않는 곳에서 자취하는 이들이 많다. 알바해서 월세도 내야하지, 취업 준비도 해야하지. 이런 부담감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청년들이 스스로 고독사하게 되는 거다.
기업에서는 말로만 '창의성 인재'라고 말하는데, 좁다란 고시원이나 독서실에서 어떻게 창의성이 나오나? 좁은 오피스텔에 앞으로 자라날 새싹들을 넣어두고 햇빛 조차 들게 하지 않으면 그 새싹들이 잘 자라나? 물을 주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그대들의 몫 아닌가? 어른들만의 향유물로 취급되어 돈이 없는 청년들은 거들떠 보지도 못하는 부동산 문제 때문에 왜 우리 청년들이 피해를 봐야하는가?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고 아주 안달들이 나셨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취업 못하는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가 크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는데 취업난이라는 거 보면 이해가 간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는 자리가 많다. 거기서는 왜 일 안 하냐?" 중소기업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청년들은 처음부터 중소기업에 들어가려고 그렇게 높은 스펙을 쌓지 않는다. 다들 알아주는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건만, 그게 안 되니까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복지가 좋은 것도 아니다. 지금도 야근 수당이나 주말 수당 챙겨주지 않는 기업도 많고, 월급을 제때에 주지 않는 기업도 많다. 노동부에 신고도 못한다. 신고해서 소문이 나면 그 계열에 소문이 다 나버려서 비슷한 계열의 재취업이 쉽지 않다.
사회적 구조의 문제가 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유는 '과도한 능력주의' 때문이다. 능력주의의 인식이 만연해있기 때문에 취업 못하는 것을 내 능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하며 자책을 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해?"라는 반응이 많고, 그런 눈치를 준다. 이 사고 방식이 바뀌어지지 않으면 평생 취업난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청년은 점점 나오기가 두려워지고, 면접까지 가더라도 이런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 보여 탈락하고 만다. 그렇게 계속 숨게 되는 청년들이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다.
일자리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위해 더욱 더 사각지대를 찾아야 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은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아서 찾기 힘들다. 대학은 졸업하고, 나이는 먹어가는데 마땅한 스펙이나 경력이 없어서 남들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 실행하고 있는 청년 취업 지원 정책은 진짜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아니라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들이 많다. 고졸이나 전문대 졸업, 나이가 있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 비주류 계열을 위한 정책은 그에 비해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말하는 청년은 전자에만 해당하는 사람들인가?
정부는 청년들을 찾으러 어느 대학가에 가서 설문조사를 하거나 청년들이 많이 알바하는 곳에 가겠지. 하지만 그건 대학생이라는 특권을 가진 청년들이고, 적어도 알바할 수 있는 나이가 되는 특권을 가진 청년들이다.
청년에 대한 정의부터 올바로 내리고 정책을 새로 짜는 게 급선무다.
최근 청년들의 관심이었던 '청년희망적금'은 청년들을 위한 높은 금리의 적금이지만, 이는 모든 청년이 가입할 수 없다.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또한 가입한다고 해서 모든 청년들이 매달 꼬박꼬박 50만원씩 낼 수 있을까? 급하게 돈이 필요한 청년들은 불가피하게 해지하기도 할 것이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청년은 바로 이들이다. 청년 정책에 참여나 가입하지 못하는 청년들, 중도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마는 청년들.
결국 내 의견은 묻힐 것이다. 나는 그들의 눈에 띄는 청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후자의 힘 없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자유롭게 말할 수가 있다. 힘이 없으니 말을 쉽게 할 수 있다니, 힘이 없다는 것의 장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