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삼총사
21년 10월 5일
어느 날부터 갑자기 동네 할아버지들이 우리 커피숍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이랬다.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할아버지 세 분이서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어, 여기 앉으면 되겠네." 바로 소파 자리로 직행하시는 거다.
아.. 우리는 선주문인데.
손님들께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손님, 주문은 포스기 쪽에서 먼저 도와드릴게요."
"뭐라고??"
.. 벌써 쉽지 않다.
"주문은 포. 스. 기 쪽에서 먼저 해주셔야 돼요."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대답하셨다.
"우리 뜨거운 거 세 잔 줘. 달달하게."
하.......
"고객님, 따뜻한 바닐라라떼 세 잔 괜찮으신가요? 결제 먼저 해주셔야 돼요."
"얼만데."
"만 오천 원이요."
손님 중 한 분이 씨익 웃으며 부스럭 부스럭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셨다.
"여기." 앉은자리에서 현금을 건네는 손님.
오늘도 쉽지 않구나.. 하면서 반포기 상태로 돈을 받아 포스기에 기입을 하고 거스름돈을 가져다 드렸다.
이제부터 손님들을 삼총사로 지칭하겠다.
삼총사의 특징을 크게 두 가지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그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영상 기기를 크게 틀어서 듣는다.
두 번째, 그들은 아무리 뜨거운 음료가 나와도 빠르게 마시고 15분 이내에 자리를 뜬다.
커피를 원샷하고 나가는 삼총사의 등을 바라보며 간절히 빌었다.
제발, 제발 다시는 오지 마세요...
나의 바람은 항상 통하지 않는다.
삼총사는 이 작고 구석진 카페가 뭐가 그리 마음에 들었는지 종종 정기모임을 이곳에서 하셨다.
그래도 빨리 드시고 빨리 가시니까 참자..
어느 순간부터 나도 삼총사가 오면 익숙하게 먼저 다가가 주문을 받고 현금을 받아 들고, 거스름돈을 돌려드리기 시작했다.
21년 10월 25일
미닫이식으로 되어 있는 가게 출입문이 여닫히는 모양새가 심상치가 않아 일하는 내내 불안했다.
여닫을 때마다 나무문이 자꾸 뽑힐 듯이 열리더니 기어코 대형 사고 하나가 일어났다.
안쪽에서 문을 잡아주는 버클이 하나 풀려서 문이 쑥- 빠져버린 것이다.
손님이 문을 확 엶과 동시에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았던지 나무문이 앞으로 쏠려버렸다.
나무문이 쏟아지는 것을 목격하자마자 달려가 문을 붙잡지 않았더라면 문 쪽에 앉아계신 여자 손님이 다치실 뻔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문을 붙잡은 채로 정신없이 사과를 했다.
손님은 괜찮다며, 다른 자리로 옮기셨다.
문제는 이 문. 아무리 혼자 용을 써도 문이 고정이 되지 않는 거다.
큰 문을 붙들고 진땀을 빼고 있는 그때, 삼총사가 가게에 들어왔다.
저 멀리 들어오실 때부터 '쟤가 뭘 하나..' 하는 눈으로 보던 삼총사는 곧장 나에게 와서 문을 붙들어주었다.
"저리 나와봐. 어이, 자네가 여기 좀 붙들고 있어 봐."
문을 잡고 이리저리. 아. 이것이 연륜인가.. 거침이 없다.
혼자서는 절대 해결하지 못했을 일을 그들은 단 5분 만에 해결해주었다.
"이거 그냥 이렇게 두면 안 되고 시공해준 사람한테 전화해서 오늘 바로 고쳐내라고 해.
그리고 우리 뜨거운 커피 세 잔 줘. 달달한 걸로"
무심하게 현금을 꺼내는 손님.
"... 손님 오늘은 제가 커피 그냥 드려도 될까요? 너무 감사해서...."
"됐어 다 받아."
도움도 받고 커피값도 받고 마음도 받았다.
삼총사는 오늘도 뉴스 영상을 소리 높여 틀고 따뜻한 바닐라라떼 세 잔을 10분 만에 원샷하고 나갔다.
오늘 일을 계기로 내 마음에 미운 편견이 자리잡으려들 때면 곧장 할아버지들을 떠올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