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10

고장난 심장소리

by 에스

10


겨울.


그 차가운 칼바람보다도 혹독한 임용고시가 지나갔다. 뭐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고, 정신없이.

나는 필기시험을 턱걸이로 힘겹게 통과했다.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았던 K를 보며 승부욕을 불태운 결과, 논술과 면접은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합격자 발표날 아침. 나는 꿈을 꿨다.


처음 보는 어떤 가정집 안에 있었는데, 노크 소리에 현관문으로 가 보니 현관 유리문 너머로 그 사람이 서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꿈이어서 그런지, 단번에 그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문 밖에서도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던 그가 늘 입던 옷. 검은색의 초록 줄무늬 츄리닝 바지.


나는 문을 열었고 우리는 대화를 잠깐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었고, 마지막에 그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꿈에서 깨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 번도 꿈에 나온 적이 없었는데,
4년을 함께 하는 동안 한 번도.


계속 그렇게 꼭 안고 싶었다.


***


임용고시에 합격한 나를 뒤로 하고 그는 시험에 떨어졌다.
그는 누구의 전화도 일절 받지 않은 채 잠적했다. 결국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나는 걱정을 참지 못하고 그가 사는 아파트에 찾아갔다.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그러나 직감적으로 그가 안에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계속해서 그를 부르고 나자, 천천히 문이 열렸다. 처음으로 보는 수염이 아무렇게나 자라 있는 초췌한 모습의 그는 결코 나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금 열린 그 문을 사이에 두고 몇 마디를 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가 모든 것을 체념한 것처럼 시니컬한 태도를 보였던 것 외에는.


그리고 우리는 학교를 졸업했다.



***



우리는 8월 즈음에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학교 옆에 살고 있는 J의 집에 놀러 갔었다. 그녀는 시험 점수가 굉장히 높아서 집 바로 옆의 고등학교로 발령이 났다. 나는 그녀의 자취집 구경을 하고, 점심을 같이 먹고, 저녁에는 볼일을 보고 온다 하고 대학교로 향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만 더위는 계속 기승을 부리던 시각이었다. 나는 아마도 그 사람이 공부하고 있을 도서실 근처를 몇 번이나 배회한 끝에, 그에게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그때 당시 우리는 둘 다 2G 폰이었고, 2G 폰은 메시지를 보낸 후 수신 확인이 가능했다. 도서실 뒤 벤치에서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보내고는, 그 벤치에 앉아 원피스 차림으로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 사이 해는 거의 저물었지만 아직도 뜨거운 공기에 주르륵 흐르는 땀을 조용히 견뎌내며 그저 하염없이.


거의 9시가 돼서야 수신확인이 되었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가슴이 쿵쿵거렸다. 그리고도 또 한참이 지나서야 그림자 같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


"너한테는 참... 못 당하겠다."


그는 체념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바쁘다지만, 연락은 하고 지내자구요."


임용시험 이후 처음으로 만난 우리는 약간 어색하게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서운함과 미안함과 응원이 담긴 말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는 편의점에서 급하게 사 왔던 간식 몇 개를 넘겨주자 그는 환하게 웃었다. 짧은 대화는 끝이 났고,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다시 연락하기를 약속하면서.




8월 18일


고장 난 심장소리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8월 23일


그는 도서실 41번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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