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기다림
편지 쓰는 걸 참 좋아했다.
글자를 배우고 난 뒤부터는 옆집 친구든, 선생님이든, 가족이든,
그 누구에게 건 편지를 건네는 걸 좋아했다.
편지 받는 건 주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편지 봉투를 뜯는 순간은 그 어떤 선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축복이라고 느꼈다.
그러는 내가 매 순간 편지를 쓰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언젠가는 읽어주길 바라며
홀로 편지를 써서 내 메일로 보내기를 해 두며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 십 년도 넘게 지났다.
이제 나는 안다.
그가 내 편지를 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만에 하나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겨서
내가 보낸 메일 함 속 그리움의 상자를 열어 보더라도
그는 답장을 하지 않을 것임을.
그렇기에 내 삶은 끝난 것만 같다.
내 삶은 그 겨울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멋대로 우산을 들고 그에게 잡힐세라 동네를 뛰어다니던 그날,
이미 끝나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