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뜨는 법처럼
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수영은커녕 물을 무서워해서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수심에 들어가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친구들이 장난으로라도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으면, 그 숨이 막히는 짧은 순간이 정말 죽을 것 같은 공포로 다가오곤 했었다.
그러던 내가 제주에 와서 제주바다에 몇 번 들어가서 노는 동안 물에 뜨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몸에서 힘을 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어도 뜨지 못했던 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방법을 알게 되었고, 숨을 훅 하고 들이쉬는 동안 내 팔다리가 조금씩 부드럽게 물에 뜨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 느낌이 너무 신기하고 감격적이어서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모든 건 때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뭔가를 이루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때가 아니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모래처럼 지나가 버린다. 진정한 때가 오면, 내가 애쓰지 않아도 다가오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인연도 마찬가지다. 모래알같이 흩어지는 인연을 잡아보려고 무던한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봤자, 그 사람과 인연이 아니라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어느 순간 물에 뜨는 법같이 깨닫게 되었다. 그가 정말로 내 인연이라면,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잡아보려 기를 쓰지 않아도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자연의 순리처럼 그저 편안하게 다시 손을 잡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