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EP03. 부산 여행과 클라이밍 체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또 한참을 가서야 클라이밍 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자 강이 내 손가락 마디마다 테이핑을 해 주었다. 자칫 잘못하면 손가락을 접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 손가락을 꼼꼼하게 테이핑 해주고는, 본인 손에는 대충대충 테이프를 감는다.
클라이밍 센터는 모든 벽이 전부 색색깔의 홀드(벽에서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서 잡거나 밟을 수 있는 부분)로 빼곡하게 덮여 있다. 높이는 낮았기 때문에 로프는 매지 않고 맨몸으로 오를 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홀드들을 보고 당황한 내게 강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각각의 홀드들은 난이도가 다른데, 이곳은 빨주노초파남보흰검 순서로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나는 가장 쉬운 빨간색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먼저, 벽 아래쪽에 빨간색 테이프가 붙어 있는 홀드를 찾아 밟거나 잡고 시작을 한다. 같은 색깔의 홀드들만 골라서 밟거나 잡고 올라가야 하는데, 손에 땀이 나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크가루를 손에 바르는 것이 좋다. 조금씩 조심해서 올라가다가, 맨 위에 빨간색 테이프가 붙어 있는 홀드를 두 손으로 잡고 3초간 버티면 성공이다. 내려올 때는 반대 순서로 조심해서 내려오면 된다.
난해해 보였는데, 실제로 설명을 듣고 해 보니 빨간색은 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 나는 강이 골라주는 쉬운 코스들을 하나, 둘 도전해 보았다. 그러는 동안 클라이밍 일행들이 속속들이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었다. 강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행들이 클라이밍을 많이 해 본 모양으로, 초록색 이상의 높은 난이도에 도전을 하고 서로를 응원해 주었다. 실패해서 떨어질 때는 반드시 엉덩이부터 떨어져야 다치지 않는다. 나도 도전을 하다가 꽤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바닥이 아주 푹신해서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우리는 6시쯤 정리를 하고 근처의 고깃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면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다들 외향적인 성격이라 처음 참여하는 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밥을 먹고 강과 나는 따로 빠져나와 꼬치집에서 간단하게 술을 한 잔씩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렇게 육지 일정이 다 끝나고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늙은 엄마를 보고 오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부산의 클라이밍도, 다 같이 먹었던 삼겹살도, 친구와 함께 먹었던 점심과 커피도 빛바랜 기억처럼 희미해지고, 결국엔 버스 창밖에서 끝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엄마 얼굴만 선명하게 남는다. 다시 얼마간은 엄마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제주에서 내 할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