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EP08. 공방 오픈과 극심한 우울증
,라고 생각했지만 문득문득 극심한 우울에 시달렸다. 어디서 찾아오는 우울감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우울뿐만 아니라 불안은 더더욱 가중되는 기분이었다. 생전 처음 장사라는 것을 하고, 남 밑에서 월급을 받다가 이제는 내가 내 가게 관리를 하게 되니 너무나 불안하고 초조했다. 어찌어찌 공방이라는 것을 오픈했지만, 이게 과연 잘 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강은 거의 매일 퇴근 후 공방에 들러 보수하거나 추가할 것을 조언해 주며 도와주었지만 내 불안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조언해 줄수록 방학숙제를 못한 채 개학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압박감에 시달렸다.
끝없는 불안과 자살충동을 견디며 공방 정비를 완전히 끝낸 후, 그림모임 사람들을 초대했다. 8명의 사람들이 작은 공방을 가득 메워 주었다. 우리는 6인용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저마다의 재료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수채화, 마카, 오일파스텔, 연필, 볼펜, 아이패드. 별의별 미술도구들이 총출동해서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각기 다른 미술재료만큼이나 결과물도 개성이 뚜렷했다. 비슷한 작품은 하나도 없이 저마다 특색이 있었다. 그림 활동을 끝내고 나니 캄캄한 밤이라 근처 술집에서 밥을 먹었다. 사람들은 공방 오픈을 축하해 주며 자주 놀러 오겠다고 해주었다. 감사하고, 소중한 날이었다.
집에 오니 엄마가 안 주무시고 계셨다. 나는 너무나 혼술을 하고 싶었지만 어찌하지 못한 채 그냥 약을 먹고 누웠다. 우울함이 몸속을 가득 채우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