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DMV Korean Baseball League!
워싱턴 DC와 메릴랜드, 버지니아 주는 서로 맞닿아 있기에 흔히 이 지역을 부를 때 세 주의 앞글자를 따서 DMV (DC, Maryland, Virginia)라고 부른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은 자그마치 20만 명에 달하기에 LA, 뉴욕/뉴저지, 애틀랜타 등과 더불어 한국인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2019년 여름, 버지니아로 이사 온 뒤 '당연히 이 근처에는 한국인 야구 리그가 있겠지'라는 기대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텍사스 Austin에서 미국 야구팀 Austin Braves와 2년간 쌓아왔던 추억은 물론 잊을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났던 리그 수준과 출전 경쟁이 꽤나 스트레스였기에 이곳에서는 편하게 야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며칠에 걸친 검색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한인 리그나 팀의 연락처를 찾을 수 없었다. LA나 뉴저지 한인 리그는 10분 만에 리그 이름과 구장 위치까지 찾을 수 있었기에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예상외였다. 몇몇 한인 팀의 홈페이지가 있긴 했지만 이미 버려진 지 오래였고, 리그 홈페이지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한인 야구 리그가 있긴 했는데 지금은 없어졌나 보다 싶었고, 씁쓸하지만 기대를 접으려 했다.
뭔 소리야? 여기 한국인 야구리그 있는데? 내 친구도 얼마 전까지 했다던데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타임을 즐기던 중 나온 동료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 한번 이 잡듯이 인터넷을 뒤졌고, 어느 한국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있는 "버지니아 야구팀 팀원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발견했다. 바로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 연습에 참가할 수 있었다. 2019년 그 당시만 해도 홈페이지도 없이 알음알음 운영되던 리그는 2020년 가을부터 체계가 잡혀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리그 홈페이지도 그때 개설되어 이제는 쉽게 검색할 수 있다).
DMV KBL (Korean Baseball League)는 DC, 버지니아, 메릴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7개의 야구팀으로 구성된 한국인 야구리그이다 (2021년 기준).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3개의 야구장에서 리그 시합을 진행하며 1년에 12경기의 정규 시즌을 거친 후 플레이오프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경기는 일요일 오후에 진행되는데, 이는 몇몇 팀이 교회 기반 팀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전에는 예배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야구리그이긴 하지만 타국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으며 (자칫하면 discrimination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실제로 몇몇 팀에서는 노란 머리 미국인이 선수로 뛰기도 한다. 하지만 아주 잘하는 레벨의 선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하긴 그런 사람이라면 수준 높은 미국인 야구 리그에서 뛰지 굳이 여기서 운동하진 않겠지...
30~50대의 대다수는 젊은 나이에 미국에 건너온 이민 1세대이기에 학창 시절에 야구를 접할 기회가 없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10~20대의 이곳에서 나고 자란 젊은 친구들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 야구팀에서 제대로 야구를 배웠거나, 하다못해 클럽활동이라도 해본 경험이 있기에 기본기가 좋은 경우가 많다.
DMV 리그의 수준을 한국 사회인리그와 비교하자면 3부 중~하 정도 된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수준의 리그이다. 다만 팀별로 전력 차이가 꽤나 있어 3부 상 수준의 팀부터 4부 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투수들은 보통 80~95km 수준의 구속을 기록하며, 팀 에이스급이나 선출은 (선수 출신, 고등학교 이상 레벨에서 야구한 경험이 있는 자) 100~110km 중반까지 던지는 경우도 있다. 잘하는 사람이나 선출들로만 팀을 구성할 경우 자칫 '야구를 통한 우의 도모'라는 대의에 어긋날 수 있기에 선출은 한 게임에 1이닝만 투구할 수 있고, 게임당 2명의 선출을 라인업에 넣을 수 있다는 제한 규정이 있다.
'미국에서까지 한국사람과 함께 야구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에게는 미국인 리그라는 옵션도 있으니까. 하지만 주전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편한 한국말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은 생각보다 꽤나 컸다. 인생 선배들로부터 미국 생활에 대한 갖가지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언제까지 DMV에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활동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