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를 챙기는 방식의 한미간 차이
지난 5월 초, 회사 대표로부터 아래와 같은 전체 메일을 받았다.
I want to recognize all of our company working mothers and say, “thank you for your passion, your value, and for being the foundation of your family.” Mothers often play referee when they are disagreements among the siblings, and they play nurse when we are sick or injured, they wipe away tears when we fall, and provide unconditional love.
회사 내 워킹맘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잔뜩 담겨있는 이메일. '아, 벌써 Mother's day구나. 시간 참 빠르네...'라는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문득 어버이날이 아니라 어머니날이네?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마음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부분 날짜 기준으로 고정된 한국의 휴일들과 달리 미국의 휴일들은 대부분 '00월 #째 주 ?요일' 식이며, Mother's day (어머니날)은 5월 둘째 주 일요일로 고정되어 있다. 매년 휴일 날짜가 바뀌어서 불편하긴 하지만 대신 주말과 휴일이 겹쳐서 날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미국에 살면서 어머니 날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 몇 주 전부터 각종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경쟁적으로 어머니들을 겨냥한 광고와 할인행사를 선보이며 해당 주간에는 어머니들에게 "Happy mother's day!"라고 인사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부부가 아이와 함께 외출해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일면식도 없는 백인 중년 여성이 아이 손을 잡은 와이프에게 "Happy mother's day!"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인심 좋은 텍사스라면 모를까 버지니아에서 생판 남에게 인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머니날이 있다면, 아버지날 (Father's day)도 있겠지?라고 물으신다면 답은 Yes. 6월 하순에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버지날에 대한 대우는 뭔가 뜨뜻미지근하다. 업체들의 판촉도 특별한 게 없고, 아버지 본인들도 언제인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야구 리그들도 어머니날에는 올 스톱하는 반면 아버지날이 있는 주엔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하긴 아버지들에게는 야구가 선물이니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나이 먹어서 남녀 (혹은 아빠 엄마) 차별이네 어쩌네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유지하는데 어머니들의 역할이 더 크기도 하니 Mother's day를 더 챙기는 미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어버이날에 부모님 모두를 챙기는 것이 나에겐 좀 더 익숙하기도 하고, 어쩌면 이게 더 적절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식사하면서 안부를 묻고 카네이션도 달아드린 게 대체 몇 년 전 일이던가... 어쩌면 미국에 온 후로 몇 년째 어버이날에 찾아뵙지 못한 죄송함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