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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Aug 11. 2021

무릎 꿇고 통곡한 날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다

고작 2주 전이다. 7월 26일 월요일, 그날도 습관처럼 지나가는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아침 일찍 영주권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의 승인 내역을 검색해 보고, 나는 언제쯤 결과가 나오려나 한숨을 한번 내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회사 일을 하는 어제와 같은 그런 하루. 


지난 2월 말 미 노동청 (Department of Labor)에 노동허가서 (Labor Certificate) 신청을 접수했지만 COVID로 인해 절차는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느려졌고, 빨라야 5~6개월, 보통은 그 이상을 마음을 졸이며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이렇게 기다려서 승인을 받으면 다행인 거고, 절반 정도의 불행한 지원자들은 감사 (Audit) 대상에 선정되어 5~6개월을 추가로 기다려야 한다. 내년 중순이면 학교 교과 과정도 종료되어 더 이상 미국 체류가 힘들어지는 나에게 Audit 선정은 최악의 경우 귀국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매일 절박한 기도가 끊기지 않았다. 


오후 2시 46분, dol.gov로 끝나는 이메일이 메일함에 들어왔고, '설마... 설마'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읽어 내려갔다.


Re: Certification of Case Number: A-21054-*****
 

.... This is only a courtesy email notification that the ETA Form 9089 - Application for Permanent Employment Certification for XXX corp. sponsoring SOL KIM for the full time position of Business Analyst (case number A-21054-*****) has been reviewed by the Certifying Officer and will be certified.


이 부분을 읽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달간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영주권 절차의 가장 큰 산을 넘어간 것이다. 쉽게 지나가는 경우 고작 몇개월이면 끝나는 프로세스이지만 나는 지난 2019년 말부터 거의 2년 가까이 같은 절차를 세 번이나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기에 감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밤 마음속으로 되뇌던 구구절절한 기도 문구는 어디로 가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회사 HR과 상의해서 I-140 (회사가 고용인의 영주권 절차를 sponsor 하는 서류) 제출을 준비했다. 변호사 fee 및 서류 제출 비용을 보내고, 각종 필요 자료들을 변호사 사무실에 송부하는 절차가 이틀 만에 물 흐르듯 이루어졌다. 다들 바쁠 텐데 자기 일처럼 도와줌에 감사할 뿐이다. 큰 회사였다면 각종 절차를 거치느라 이런 신속한 조치가 힘들었을 텐데... 입사한 지 만 2년이 넘었지만,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7월 28일 수요일, 변호사 사무실에 email을 보내 이번 주 내에 서류 제출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그에 대해 "변호사님이 휴가라 다다음주 초에나 제출 가능해"라는 내 입장에선 뒤통수를 한 대 맞는 것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자료도 다 준비했고, 서류 몇 장만 채워서 내면 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결국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들어야 할 I-140을 3시간에 걸쳐 내가 작성해서 "나 상황 급한 거 이전에 몇 번씩 설명하지 않았냐? 내가 문서 다 만들었으니 리뷰만 해서 어떻게든 이번 주에 마무리 해 달라"는 통사정과 함께 이메일로 보냈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이 단계에서 2천 불이나 되는 변호사비를 내야 하는 건지 싶었지만, 급한 건 나지 저쪽이 아니니 어쩔 수 있나? 저쪽도 나 말고 다른 일들이 많을 테니, 내 순서를 올리기 위해선 그들이 일하기 쉽게 만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아니, 어쩌면 빨리 진상 고객을 치우고 싶었을지도...), 업무 담당자는 내 요구를 들어주었고, 밤늦게까지 작업해서 목요일 밤 11시에 완성된 서류들을 보내왔다. 나도 그날 새벽까지 서류를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리뷰했고, 금요일 아침 회사에 출근해서 HR 임원의 서명을 받아 변호사 사무실에 제출하여 결국 금요일 오후에 미 이민국 (USCIS)에 I-140을 제출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4일 만에 이 모든 게 끝난 것이다.


보통은 승인에 2주일 가량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감사히도 불과 1주일 만인 어제 I-140의 승인이 났음을 통지받아서 이제 마지막 관문인 I-485 (신분 변경 서류)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천불이나 되는 큰돈을 들여 온 가족 신체검사도 받았고, 결핵 양성이 떠서 내가 엑스레이를 추가로 찍는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이 절차도 잘 마무리되었다. 모쪼록 이번 주든 다음 주든 I-485 제출이 잘 마무리되길, 마지막 남은 기다림이 그리 길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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