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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Nov 11. 2021

2021년 한인 리그 All Star Game

어느덧 꽤나 선선해진 10월 중순의 어느 날, Maryland 소재의 야구장에 수십 명의 남자들이 모였다. 

사상 최초로 열리는 DMV KBL (DC, Maryland, Virginia Korean Baseball League) All Star Game


MLB처럼 팬들의 투표로 뽑힌 것도 아니고 포토타임이나 인터뷰도 없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리그도 다 끝난 마당에 이렇게라도 한 게임 더 하고 사람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들 충분히 즐거웠다. 평소엔 상대 팀으로만 만나 서먹했던 다른 팀 사람들과도 안면을 틀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시합 시작 전 리그 MVP와 홈런왕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MVP가 새 배트를 상품으로 받는 것을 보고 내심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홈런왕에 대한 상품은 야외용 스피커였다. 하지만 선물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투덜댈 수야 있나? 더군다나 멋진 홈런왕 기념 팻말까지 만들어 주셨으니 이건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하게 될 것 같다. 







DMV KBL에는 총 7개 팀이 등록되어 있기에 시합은 레드 팀 (4개 팀) vs 블루 팀 (3개 팀)으로 진행되었다. 날이 꽤 추워진 데다 서로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리그에선 좀처럼 나오지 않는 수비 실책이 꽤나 나왔다. 손쉬운 땅볼 타구를 흘려보내는 건 예사고, 평범한 송루를 떨어뜨리거나 엉뚱한 곳으로 공을 던지기까지...... 조용한 분위기에서 승리를 위해 집중하는 리그 게임과 달리, 올스타전에서는 리그 운영위원들이 마이크를 잡고 등장 선수들에 대한 다양한 만담을 늘어놓았으니 사실 평소처럼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MVP 상품은 자그마치 크롬북이었다. 홈런 한 방이면 사실상 MVP 예약이니 타자들은 다들 힘이 잔뜩 들어간 홈런 스윙을 해댔다. 야구를 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장타는 힘을 빼고 컨택에 집중할 때 자주 나오며 힘이 들어갈 경우 오히려 타이밍이 늦거나 빗맞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 때문인지 평소에 장타를 뻥뻥 날려대며 수비를 긴장시키던 리그 강타자들이 어이없는 공에 큰 헛스윙을 보여주며 관중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올스타전은 블루 팀의 큰 승리로 끝났다. 내가 속한 레드 팀에 리그 1위 팀과 플레이오프 우승팀 주력 멤버들이 모여있었는데도 말이다. 초장부터 블루 팀의 기세는 무서웠고, 레드 팀은 별다른 반격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야말로 '야구 몰라요' 아닌가? 




마지막으로, 올 한 해 수고하신 리그 운영진의 노고를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백명 가까이 모이는 리그이기에 시즌 전후로 다양한 의견, 비판, 불평이 나오기 마련이며, 그렇기에 리그 운영을 맡는다는 것은 어지간한 희생정신과 각오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다. 총 40경기가 넘는 시즌을 치르기 위해 야구장을 잡고, 심판을 부르고, 각종 사건이 생기면 이를 중간에서 조율하느라 얼마나 큰 수고가 들어갔을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더군다나 이번 올스타전은 기념 티셔츠, 다양한 음식과 다과, 가족들까지 나눠줄 만큼 많은 선물, 선수들의 파인 플레이를 독려하기 위한 각종 이벤트와 경품까지 정말 '제대로 칼을 갈고 준비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년에도 이 멤버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들 운동장에서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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