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자폐아동의 이해를 돕는 스토리보드 제작 및 활용

by Sol Kim

* 필자 부부가 함께 만드는 YouTube 채널 "자폐, 함께 걸어요"에 소개된 영상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자폐아동을 키우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사실 하나만 꼽는 게 어려울 정도로 이런저런 난점이 많겠지만,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이해시키는 것 (특히 추상적인 개념)이 쉽지 않다는 것은 많은 부모님들이 공감하실 것이다. 왜 차도를 건널 때 좌우를 둘러보고 건너야 하는지, 왜 가기 싫은데도 매일 학교에 가야 하는지, 왜 밖에 나갔다 오면 손을 씻어야 하는지... 일반적인 아이들이 몇 번만 설명을 들으면 이해하는 것들도 자폐아동은 수십수백 번 들어야 이해하거나, 혹은 아예 이유에 대한 이해 없이 기계적으로 지시받은 행동만 수행하기도 한다.


물론 자폐증의 정식 명칭이 '자폐 스펙트럼 (Autism Spectrum Disorder)'인 데서 짐작할 수 있듯, 같은 자폐 진단이라 해도 그 정도는 '아이 by 아이'라고 할 정도로 증상의 정도나 특성이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약간 특이한 개성 외엔 모든 면에서 보통이기도 하고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반면 다른 아이는 발화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자폐증은 이렇다'라고 한마디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로 인해 본인의 문제를 타인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지 못하고 또한 타인이 설명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보드그림과 도형을 통해 일상생활, 사회적 이슈나 문제 등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 도구이다. 학교생활, 또래와의 커뮤니케이션, 국가 & 사회 이슈, 직업, 등교, 일상생활 (양치, 옷 갈아입기, 물건 사기, 버스 타기..)등 아이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주제를 스토리보드에 담을 수 있다. 부모나 교사가 말로만 설명해서는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이슈들도 그림과 설명이 논리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스토리보드를 통해 아이가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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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지난 1년간 전 세계를 고통받게 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자폐 아동들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해보자. '바이러스', '감염' 등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부터 막막해질 것이다. 하지만 아래처럼 단 세장의 그림과 간단한 설명을 담은 스토리보드를 통해 '우리가 왜 학교에 가지 못하는지, 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지, 왜 손을 씻어야 하는지'에 대해 훨씬 효과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너무 어렵다면 손 씻기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아래의 스토리보드는 태민이가 다니는 'Oakton Elementary'에서 받아온 것이다. 세균이 어디에든 있기 때문에 비누를 이용해서 손을 씻어야 한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내용을 쉽게 가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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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스토리보드를 활용했던 사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작년 봄 코로나가 미국에서 이슈가 되기 전에 필자의 가족은 애리조나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워낙 여행의 기억이 좋았던 탓인지, 태민이는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매일같이 '여행 가자', '호텔 가자'를 외치며 필자 부부를 힘들게 했다. 아무리 여행은 끝났고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갈 거라고 말해도, 아이는 '호텔', '비행기', '수영' 등 본인이 기억하는 긍정적인 단어를 총동원하여 몇번씩 같은 요구를 반복했고 결국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조용히 시키곤 했다.


아내는 '왜 태민이가 혼나면서도 계속 고집을 부릴까?', '어떻게 해야 태민이가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행복했던 경험을 되새길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아이가 사진, 동영상 등 시각적인 자료를 잘 받아들이는 점에 착안하여 애리조나 여행 시 찍었던 사진들을 활용하여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


아이가 좋아했던 호텔 방과 로비, 수영장의 사진을 활용하여 스토리를 만들고, 많은 것을 숫자로 기억하는 태민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호텔 층수, 방 번호 등을 스토리에 포함시켰다. 또한 아이가 가장 즐거워했던 Sloan Park에서의 야구 경기 관람 사진들을 사용하여 이 스토리보드를 보면서 그때의 경험과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감사히도 스토리보드를 본 아이는 이를 굉장히 좋아했고, 태민이와 우리는 코팅된 스토리보드를 몇 번씩 다시 읽으며 그때의 좋은 기억들을 되살리고 힘든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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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것은 '소통'과 '이해'로 압축된다. 아이가 '자폐'라는 특성을 타고 난 이상 소통에서는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30대에 미국에 건너온 필자가 아무리 해도 Native들처럼 영어를 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이해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한다면, 설령 남들이 한 번에 해내는 것을 열 번 스무 번 만에 하더라도 결국은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영상: 우리 아이의 맞춤 솔루션! 스토리보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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