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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Apr 21. 2023

음악 vs 소음, 자폐인에게 가르치는 법

자폐 아동인 태민이는 감각이 굉장히 민감하다. 특히 시각과 청각에서 민감함이 두드러지는데, 귀를 기울여도 거의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를 예민하게 구별하거나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 전자음을 못 견뎌서 도망치는 식이다. 아들이 어릴 때는 '이 녀석이 왜 이럴까?' 답답해하고 혼내기도 여러 번이었는데, 아이가 자폐 진단을 받은 후 책도 좀 권 찾아보고 주변 비슷한 친구들의 사례도 보면서 이런 감각 문제 (sensory issue)는 자폐인들에게 굉장히 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극에 민감하기만 한 거면 차라리 간단할 텐데 - 귀마개나 선글라스를 사용하면 되니까 -  이 녀석은 어떤 소리에는 엄청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에 다른 소리는 반복해서 들을 정도로 좋아하니 이건 뭐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요샌 컴퓨터 앞을 잠깐만 비우면 어느샌가 쓰레기 수거차 동영상을 보면서 낄낄대는 아들 녀석을 보게 된다. 트럭 후진시 나오는 삑삑대는 경고음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나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던데...  






언제부턴가 태민이가 "Trash Truck, Music!"이라는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저런 건 "음악" 이 아니라 "소음"이라고 알려주면 "Trash Truck, Noise!"라고 고쳐서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쓰레기 수거차가 보이면 펄쩍거리며 저건 Music이란다. 슬슬 음악과 소음의 차이에 대해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태민아, 저 트럭 소리는 너무 커. 저렇게 큰 건 Music이 아니라 Noise야"


라고 가르치긴 했는데, 며칠 지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음을 소리의 크기로 구별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 도서관에서 앞자리에 앉은 사람의 펜 딱딱거리는 소리나 극장에서 소곤대는 소리도 충분히 소음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요새는 


"태민이가 듣기 좋은 건 Music이고, 듣기 싫은 건 Noise야"


라고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 또한 취향이 특이할 경우 (i.e., 쓰레기 차 소음을 좋아한다던가) 좋은 구분법이 아니긴 한데, 고민해봐도 아직 이보다 나은 방식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며칠 전 학교에서 아이를 픽업해서 speech therapy를 받으러 가는 길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다 문득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Trash Truck은 Music이야 Noise야?

Noise야


그럼 아빠 노래는 Music이야 Noise야?

Noise. 시끄러워


...그래. 듣기 싫으면 Noise라고 가르친게 바로 나지. 노래가 Music이라는 걸 가르쳐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아빠 노래를 듣기 좋아할 때까지 들려줘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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