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Kim Feb 21. 2021

다 같은 야구배트가 아니라니까 (2)

나에게 맞는 알루미늄 배트를 찾아서

이전 글: 다 같은 야구배트가 아니라니까 (1)


이번 글에서는 나에게 맞는 야구배트를 고르는 법을 간략하게 다루고자 한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배팅연습장에 있는 배트들을 이것 저것 써 보면서 고르는 것이지만, 배트를 다양하게 구비한 곳도 많지 않고 시간이 없는 분도 많다. 아래 쓰인 내용을 몇번 읽고 나면 어느정도 내가 어떤 배트를 사야 할지 감이 오실 것이라 생각한다.



0. 새 제품 vs 중고 제품


아주 민감한 성격이 아니라면 중고 구매를 추천한다. 랩을 까고 두세 번만 사용해도 신품 가격의 50~80% 수준의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판매글을 자세히 읽어보고 '크랙' 및 '실크랙'등의 문구가 있는 경우 가급적 피하자. '덴트'나 '웨이브'정도는 가격이 괜찮다면 구매해도 나쁘지 않다. 사용감이 많을수록 가격은 낮겠지만 대신 파손의 위험도 높아지니 너무 허름해 보이는 배트를 사는 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1. 드롭 (drop): 3드롭? 5드롭?


드롭이란 야구 배트의 길이에서 무게를 뺀 숫자를 의미한다. 야구 배트의 길이와 무게는 각각 인치 (inch, 약 2.54cm)와 온스 (ounce, 약 28.3g)로 측정하며,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성인의 경우 32인치 및 33인치 배트를 주로 사용한다. 

33인치 배트가 30온스일 경우 3드롭 (=33-30), 

33인치 배트가 28온스일 경우 5드롭 (=33-28)인 것이다. 

흔히 야구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33/28이라는 표기는 33인치 28온스의 5드롭 배트, 32/29는 32인치 29온스의 3드롭 배트라는 뜻이다. 


본인이 힘이 좋다거나 기술이 뛰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 5드롭 배트로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배트가 길고 무거울수록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고 그 대신 비거리는 늘어나니 초보의 경우 다양한 스펙의 배트를 사용해보면서 본인에게 맞는 길이와 무게를 찾는 것이 좋다. 키가 클수록 긴 배트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근력이 좋을수록 무거운 배트를 감당할 수 있기에 선택지가 많아진다 (근력이 좋은 사람이 가벼운 배트를 쓸 수는 있겠지만 힘이 약한 사람이 무거운 배트를 쓰기는 어려우니까). 


일일이 사고팔면서 탐색하는 것은 금전적 부담이 큰 만큼 처음에는 팀원들의 배트를 한번 써봐도 괜찮냐고 정중히 부탁해보자 (장비 공유에 민감한 분들도 꽤나 있으니 거절당하더라도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말자). 3드롭의 경우 5드롭 배트보다 다루기 어려워 가격도 낮으니 근력에 자신이 있는 분들은 필자처럼 3드롭 배트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2. 밸런스 (무게중심): 탑  vs 미들


드롭 못지않게 배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같은 33인치 28온스 배트이더라도 무게중심에 따라 사용자가 느끼는 부담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게가 배트 헤드로 쏠려 있을수록 (탑 밸런스, end-loaded) 휘두를 때 필요한 근력 및 기술 수준이 높아지며, 배트 손잡이에 가까울수록 (미들 밸런스, balanced)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배트의 길이와 무게가 같을 경우 탑 밸런스 배트는 비거리가 길지만 맞추기 힘들고, 미들 밸런스는 맞추기 쉬우나 비거리는 짧다고 이해하시면 된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은 탑 밸런스보다는 미들 밸런스를 선호하기에 미들 밸런스 배트의 가격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3. 소재: 알로이 vs 컴퍼짓


같은 길이 & 무게 & 밸런스의 알로이와 컴퍼짓 배트가 있다면 단연코 컴퍼짓 배트의 비거리가 알로이보다 길다 (심지어 컴퍼짓 배트는 사용하면 할수록 재질이 부드러워져서 비거리가 늘어나기까지 한다!). 컴퍼짓 배트의 비거리는 기온이 높을수록 길어지니 컴퍼짓은 여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단 컴퍼짓 재질 특성상 추운 날씨에는 파손될 위험이 크기에 가급적 10~15도 미만의 기온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야구는 멀리 날리려고만 하는 운동은 아니다. 공을 때렸을 때의 느낌 (소위 '손맛')도 야구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필자는 알로이 배트로 공을 때렸을 때의 손맛을 훨씬 좋아하기에 친선경기에선 알로이 배트를 쓰는 경우도 많다. 물론 리그나 토너먼트 등 중요한 경기에선 규제가 없는 한 얄짤 없이 컴퍼짓을 들고나가지만...


좌: 찰진 손맛으로 유명한 TPX사의 06 다이너스티 (알로이) // 우: 어마어마한 비거리를 자랑하는 Demarini사의 CF8 (컴퍼짓)



4. 구조: 원피스 vs 투피스


위 사진의 다이너스티 같은 원피스 배트 (용접 없이 한 덩어리로 이루어진 배트)의 경우 공을 치는 손맛이 그대로 사용자에게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잘못 맞았을 경우 손울림이 굉장히 심하다. 오른쪽 사진의 CF8 같은 경우 배럴과 손잡이가 노란색 목 부품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런 투피스 배트의 경우 손울림이 확연히 적은 반면, 해당 연결 부분의 파손 위험이 있다. 원피스냐 투피스냐는 개인적으로 배트 구매 시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5. 제조사: 국산 vs 외산


알로이 배트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이제 국내 업체나 외국 업체나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요새는 국산 배트 회사에서도 훌륭한 품질과 성능의 배트를 많이 출시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디자인과 작명 센스도 국내 업체의 배트들을 좋아하게 하는 이유다. 국산 외산 가릴 것 없이 자기 손에 맞는 배트를 고르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컴퍼짓 배트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외국 배트 회사들의 컴퍼짓 배트는 한국 배트 회사들의 "한국형" 컴퍼짓 배트보다 꽤나 무겁다. 가볍지만 반발력은 외산 배트 혹은 그 이상으로 만들려고 해서일까? 한국 컴퍼짓 배트들은 경험상 내구도의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잦았다.


성능을 떠나서 한 자루 소장하고 싶어진다...




필자는 관련 업계에 종사하지 않으며,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기반으로 이 글을 작성하였음을 밝혀둔다. 다만 이 글을 본 단 한 명의 사야인이라도 자신에게 맞는 배트를 찾는데 도움을 받는다면 필자가 이 글을 쓰느라 한 고생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것이다. COVID-19와 추운 날씨로 움츠렸던 겨울이 끝나가는 지금, 반가운 얼굴들과 운동장에서 웃으며 만날 그 날을 기다려 본다.



여러분, 즐야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다 같은 야구배트가 아니라니까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