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부인
프리타임이라 쓰고, 자유부인이라고 읽는다.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저 깊숙한 계곡으로 떠났다.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했지만
내가 옷가게 장사를 시작하면서 휴가다운 휴가는 없었다.
가게의 휴무는 일요일, 단 하루였기 때문에.
남편이 시간을 내 준 덕분에
아이들은 계곡으로 떠났고,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며 놀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맘 편하게 아침식사 걱정 없이 늦잠 잘 수 있고,
집에서 황홀할 만큼의 적막함을 느낄 수 있고,
가게에 출근해서도 아이들 학원시간과 동선 체크하며,
집에 왔니? 간식 먹었니? 숙제하고 있니?
전전긍긍 확인할 필요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개이득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추석.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시댁을 갔다.
결혼 후 10년 만에 명절 땡땡이였다.
코로나 핑계가 이렇게 좋을 수가.
하지만 2박 3일의 달콤했던 그 첫 휴가는
내가 심리상담을 받을 시기였기에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시간으로 쓰느라
꿀맛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번 두 번째 휴가에는
아이들이랑 떨어져 있으니 왜 그렇게 불안하던지.
정작 아이들은 엄마 잔소리에서 해방됐다며
신나서 놀았다던데,
나 혼자 불안정 애착이었던가.
차암나.
그래서인지 이번 세 번째 휴가 전 ,
남편은 물을 마시며 무심한 듯 달콤하게 말했다.
"지난번처럼 애들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 재밌게 놀고 있어."
고마워 여보.
우리 여보는 근사한 이벤트를 할 줄 모르는 남자고
우리 가족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남자다.
그래서 가끔 내가 이 순위로 밀린다고 투덜댔지만.
하지만 10년 살아보니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남자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무례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거의... 다~ 틀렸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주변도 돌볼 줄 아는 거였다.
남편은 무심한 듯 때론 달콤하게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인내심 킹왕짱.
내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