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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Apr 20. 2020

아빠보다 쪼-금 더 좋은 사람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무슨무슨 컴플렉스라고 하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도, 어린 아이들은 자기 부모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들이 모든 필요를 해결해주고, 또 세상에 나 사실상 처음 보는 이성간의 관계가 가족 안의 부모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보다, 부모는 자기에게서 나온 아이로부터 자신들의 관계가 또 자기 자신이 가장 낫다는 어떤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것 아닐까. 거기에서 이런 질문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하고도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 엄마가 딸인 나에게 OO이는 커서 아빠랑 결혼할거야? 아빠같은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라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빠보다 쪼-끔 더 좋은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라고.

어이구 영특한 놈. 몇 살이었을까, 그 대답을 한 그 즈음에는 무슨 경험을 했을까. 아주 궁금해졌다.


아무튼, 그 말을 듣고 웃으며 아이고 그놈 영특하다고 말하려는데 아빠가 뒤에서 나직하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왜애, 아빠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 지금, 아빠의 그런 나직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마음 짠하고 뭔가 미안한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는 아빠야말로, 정말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으니까.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보다 더 많이. 더 현실적이고 진지하게.

왜 결혼을 하고 싶은지, 또는 안 할 생각인지.

그 목적에서부터 수십가지 질문이 뻗어나온다.

결혼을 하는 데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맞추는 건 불가능할 터이고, 생각하고 정말 고려하고 평가해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늘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들에게 늘 묻고 싶었다(그리고 실제로 늘 물었다, 가능하다면).

그들의 대답으로부터 시원한 답을 찾지는 - 절대 못했다.

그저 나 자신, 스스로의 경험과 생각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답이었다.

물론, 머릿속의 그 답이 실제로 내 손에 닿았을 때, 내 품에 안겼을 때는 또 다른 모습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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