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순간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에는 공간 자체를 압도하는 힘이 있다. 300년이 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학의 탕(鶴の湯)’도 그렇다. 지세가 험한 산길을 굽이굽이 따라 달리면 오래전 여행을 하던 무사들이 쉬어갔다는 숲 속의 비탕(秘湯)에 닿는다. 옛사람들은 이 험한 곳까지 어떻게 이르렀던 것일까. 눈이 많은 고장인데, 혹한의 설로는 또 어찌 걸었을까. 지금껏 이곳을 스쳐간 여객의 수를 합하면 얼마나 큰 수가 될까. 쓸데없는 사념들은 몸을 탕에 맡기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