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순간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눈이 아니라는 것. 눈에도 종류가 있고 빛의 파장에 따라 달라지는 색깔이 있고, 또 내리는 눈마다 서로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키타에 온 뒤에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이다. 겨울이라면 질색을 했던 내가 겨울을 조금 사랑하게 된 것도, 시린 겨울의 이면에 존재하는 어떤 포근함을 얼마간 느낄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설국으로 떠나온 뒤의 일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흐르는 시간은 없다. 모든 시간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