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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 솔 Dec 30. 2017

속죄

스무 번째 순간

무심한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잊을 만하면 기꺼이 먼저 연락해 와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안다. 그래서 나 역시 그들이 ‘한번 보자’고 제안하면 흔쾌히 그러자 한다. 관계라는 게 그렇다. 어떤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든 그 관계를 위해 분투하는 이가 있어야 한다. 관계의 끝은, 그 관계를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사람이 지쳤을 때, 그래서 마침내 관계하는 두 사람 모두가 그 인연의 끈을 놓아버렸을 때 온다. 돌아보면 나라는 사람은 과거에 얼마나 많은 이들을 지쳐 떠나게 했던가. 때때로 찬란했고 대체로 서툴었던 20대와 작별하며, 지난날 떠나보낸 나의 많은 인연에 속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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