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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 솔 Jan 12. 2018

겨울밤

스물한 번째 순간

겨울이 긴 고장이란 본래 그런 것인 줄 모르겠으나, 한겨울 아키타의 밤은 지금껏 내가 가본 어느 곳의 밤보다 길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겠듯이, 그 길고 숱한 밤들이란 대체로 춥고 고독하다. 밤이 깊어가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퍼붓는 눈들은 긴긴 겨울밤을 함께 견디어 내는 아군이었다가, 순식간에 지독한 사념을 몰고 오는 적군이 되기를 반복한다. 위태로운 마음이 밤을 삼켜내지 못하고 바닥 모를 심연으로 고꾸라질 때마다, 가만히 심정을 가다듬고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새아침이 밝아올 것이라는 희망, 그렇게 끈기 있게 하나하나의 겨울밤을 떠나보내고 나면 어느 순간 대지를 따뜻하게 감싸안는 계절이 곁에 와 있을 것이라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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