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순간
연말에 시간이 있어 몇몇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중 몇 사람에게서 답장이 왔다. 답장을 보내온 어떤 이의 이름은 순수하게 반가웠고, 어떤 이의 이름은 애틋하게 반가웠다. Y의 편지는 후자다. 무심한 듯 고심해 쓴 흔적이 역력한 그 편지의 문장을 행여 하나라도 놓칠까 세심히 내려 읽다가, '다음에 만날 때까지…'로 시작하는 마지막 문장에서 시선이 멈췄다. 다시 만나는 게 일상이던 때에는 한 번도 그 깊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말.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해서 신경 쓸 생각조차 해본 적 없던 그 말이 불현듯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으레 하는 인사말로 쓴 문장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마음이 오래 먹먹하였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딱 적당한 만큼의 행복이 그의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