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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 솔 Jan 30. 2018

혹한 일기

스물세 번째 순간

나흘 연속으로 큰 눈이 내렸다. 바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온통 새하얀 눈 천지다. 처마에 매달려 야금야금 제 영역을 늘려가던 고드름은 수일 새 1층 건물의 높이에 맞먹을 만큼 훌쩍 자랐다. 그와 함께 연래에 보기 드문 혹한도 계속되고 있다. 눈의 나라, 얼어붙은 도시, 그런 수식어가 자연히 떠오르는 나날이다. 언젠가의 빙하기 모습이 이런 것이었을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 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처지다 보니, 쓸데없는 공상만 늘어간다. 어쨌거나 이 엄동설한에 내 몸 하나 온전히 뉘일 수 있는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이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나를 둘러싼 외부의 환경이 혹독한 때일수록, 내면에는 온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포근한 방 한 구석에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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