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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 솔 Feb 13. 2018

순리

스물네 번째 순간

색채가 없는 대지 위로 가냘픈 눈송이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그중 어떤 눈송이 위로 희미한 날빛 하나가 날아든다. 부시게 혹은 시리게. 빛을 껴안는 법을 모르는 눈송이는 그 작은 온기 하나를 견디어내지 못하고 제가 머물던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건 빛의 잘못도 아니고 눈송이의 잘못도 아니며 계절의 잘못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그저 순리라 해야 할 것이다. 눈송이를 닮은 연약한 우리의 마음이, 어디선가 날아든 빛 한 줄기로 인하여 설령 형태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녹아내린다 하더라도, 그래서 마침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마음의 탓이 아니다. 빛의 탓이거나 계절의 탓도 아니다. 그저 순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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