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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 솔 Feb 26. 2018

해빙

스물다섯 번째 순간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를 보냈다. 모처럼 하늘도 해사한 민낯을 드러냈다. 살을 에는 추위에 한동안 굳게 닫아두었던 창문을 열어, 집 안 구석구석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게 하였다. 창문 틈 사이로 아직 시린 볕과 함께 쌓인 눈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졸졸졸, 하고 명랑하게 흘러 들어왔다. 봄인 듯 아직 겨울의 것인 소리는 어릴 적 고향 동네에 흐르던 작은 개울의 음을 떠올리게 했다. 겨우내 단단히 얼어붙었다가도 우수를 넘기면 어김없이 풀어지던 해빙의 음들. 불규칙적이면서도 다정한 음들. 새싹이 새초롬히 움트고 꽃망울이 발록이는 계절이 멀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견디어 내라고, 마음을 가만 다독여 주는 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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