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순간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머리 위로 새털 같은 구름이 떠 있다. 구름은 서에서 동으로 천천히 흐른다. 나는 여전히 외따로 멈춰 선 채고, 구름은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있다. 나는 잠시 나를 달아난 것이 구름인가 자신인가를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은 오래지 않아 스러질 것이다. 어느 순간 나는 다시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고, 구름은 동쪽으로 희미해질 것이다. 그렇게 구름과 나는 서로를 완전히 스쳐지날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계절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한 시절을 함께 했던 이들과 작별하고, 또 그렇게 한 번도 서툴지 않은 적이 없었던 마음을 내려놓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들은 그렇게 모두 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