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순간
열흘 흐렸던 하늘이 하루는 맑을 때. 써레질을 마친 무논 위로 선연한 저녁놀이 내려앉을 때. 불어오는 미풍에 길가에 핀 풀꽃들이 상냥하게 한들거릴 때. 겨울을 견딘 봄나무의 이파리들이 어제보다 더 짙은 푸른빛을 띨 때. 이름 모를 산새와 풀벌레들이 천진무구하게 울거나 웃을 때. 한결같이 편안한 친구에게서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 다정하고 따뜻하고 섬세하게 쓰인 문장들을 만날 때. 그런 문장을 닮은 사람들을 만날 때. 서른 살, 나의 행복은 그런 한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