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번째 순간
손등에 작은 상처가 하나 있다. 지난 연말, 한국으로 돌아갈 짐을 꾸리던 중에 나도 모르는 새 생긴 상처다. 상처의 깊이가 깊지 않아서 금방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반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남아 있다. 더 이상 아프지는 않아서 평소에는 대체로 잊고 지내는데, 오늘처럼 가끔 상처가 눈에 띄는 날이면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희미해지지만, 어떤 상처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고 곁을 맴돌기도 한다. 태양빛을 따라 짙어졌다 옅어지기를 반복하는 그림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