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번째 순간
길가에 민들레와 개망초가 많이 폈다. 화려하지 않아도 들여다보면 모두 예쁜 꽃들이다. 들꽃을 보면 떠오르는 추억들이 있다. 대부분은 고향과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인데, 그보다 조금 더 특별한 기억도 있다. 마음에 관한 기억이다. 몇 해 전 대학 선후배들과 함께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우리가 방문했던 곳의 아이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우리에게 자주 길가에 핀 꽃들을 꺾어다 주곤 했다. 고사리 손에 꼭 쥔 그 들쭉날쭉한 들꽃들이, 나는 꽃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표현한다는 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