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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 솔 Jul 17. 2017

간푸잔(寒風山)에서

네 번째 순간

작열하는 하오의 태양 아래로 활처럼 굽은 해안선이 까마득하게 펼쳐진다. 때는 아직 장마인데, 하늘은 마치 가을의 것처럼 구름 한 점 없이 청청하다. 오래전 용암이 솟았다는 산의 이름은 한풍(寒風)이다. 길고 혹독한 겨울 탓에 붙은 이름인가 했더니, 작은 분화구 안쪽으로 서느런 바람이 통하는 풍혈이 있다는 모양이다. 산정에 서서 가만히 생각한다. 끝이 있겠으나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해안선과, 잿빛으로 흐린 시절의 푸른 한 때와, 뜨거운 속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바람의 기운 같은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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