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순간
바다로 가는 길에 너른 평야의 끝에서 스콜처럼 쏟아지는 소낙비를 보았다. 얼마쯤 지나고 비가 그치자, 거짓말처럼 무지개가 떠올랐다. 유리혼조(由利本荘)의 이름 모를 해안에 도착했을 땐, 해는 이미 수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I 씨는 일몰을 볼 수 없어 무척 아쉽게 됐다고 하였으나, 마지막 잔양의 빛 또한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해안선은 정직하게 뻗어 있었고, 바다는 심오하여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늘의 한편은 아주 맑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천둥이 울리고 있었다. 돌아보면 꿈같은 장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