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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주 Oct 21. 2023

10. ‘오늘’이라는 제목의 영화, 감독은 당신이다.

반쯤백수, 스위처는 행복한 삶을 위한 적극적인 제안이다. 단순히 일을 많이 하자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기위해 ‘일’과 ‘휴식’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고 일하는 방식, 더 나아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을 그저 입에만 달고 살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이나 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은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가끔씩 타는 버스가 더 즐겁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유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관찰’하고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역사에 붙여진 시를 읽으며 시인의 마음을 상상하고 지하철에서는 주로 사람들을 관찰한다. 지쳐 보이는 사람에게는 무엇이 그를 지치게 했을까?,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에게서는 어떤 관심사가 있을까? 그닥 밝지않는 표정으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을 보면서 무엇이 그를 내키지않는 양보에 밀어 넣었을까도 생각해 본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의 헤어스타일, 패션을 보면서 날씨와 계절, 그 시절의 트랜드와 사회적 분위기도 짐작해 본다. 

버스에서는 주로 차창 밖을 관찰한다. 보도에 심긴 나무도 보고 다양한 업종의 상점도 본다. 당연히 사람들도 본다. 어떤 사람은 바삐 걷고 어떤 사람은 느릿느릿 걷는다. 버스 옆을 지나치는 다른 자동차들도 본다. 어떤 운전사는 정류장에 진입하려는 버스를 향해 신경질적인 굉음을 울리고 또 어떤 운전사는 버스에게 먼저 양보한다. 고급차나 외제차가 다소 무례한 운전을 하는 것을 보면서 비싼 차를 타는 사람들은 왜 스스로를 저렴하게 만들지 못해 안달할까 싶은 생각에 저절로 웃음이 나올 때도 있고 식당 주인의 불안한 눈빛과 마주치는 경우도 있다. 

그같은 모든 풍경들이 나에겐 ‘일’이다. 그것들이 얽히고 섞여 글이 되고 책이 되며 다른 사람들이 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자산관리의 인사이트를 형성하는 것에도 도움을 준다. 구슬도 궤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내 눈에 보이는 것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메모장이나 노트, 내가 즐겨 이용하는 카카오톡에서 나에게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일이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기록한 시어(詩語)을 되새기는 것은 많은 생각을 몇 마디의 단어와 글로 압축하는 기술과 감성을 익히기 위해서다. 덕분에 나의 노트도 가벼워진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을 맘껏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방법이 다를 뿐, 우리 모두는 오늘을 즐기며 누리려 애쓸 것이다. 어깨조차 건사하기 힘든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허공에 치켜들고 주말 드라마를 보는 사람도 짜증대신 누리고 즐기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오늘’이 당신이 만들어갈 영화의 제목이라면 어떨까? 하루에도 숱하게 마주치는 사람들, 내 의지와 반대로 생겨나는 여러 가지 종류의 갈등, 구름과 바람과 해와 달, 도시의 잘 꾸며진 혹은 오염투성이의 지저분한 거리, 농촌의 정감어린 돌담길과 그 뒷편으로 배추를 갈아엎는 농부의 분노 등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배우와 소도구, 촬영을 위한 무대는 거의 공짜로 펼쳐져 있다. 당신은 그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를 생각하고 결정하면 된다. 그렇게 만든 영화들이 모여 현실이라는 제목의 대하드라마를 만든다. 당신이 먼저 해야할 것은 오늘이라는 영화의 의미를 정하는 일이다. 나는 그것을 생명의 가치, 존엄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강조할 필요도 없이 사람은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가치있는 존재이기 때문이고 나도 당신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저 태어나지 않았고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만 내려놓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화려한 영화에 압도되어 마치 몹쓸 마약에라도 중독된 것처럼 허물거리지 않는다면 누구나 나 만의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을 오늘 당장 시작하면 좋겠다. 영화의 제목과 내용은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과 온갖 현상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며 당신은 물론 관객들에게 남기기 원하는 느낌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통찰력이라 표현한다. 눈에 보이는 사물과 현상을 관찰하는 습관이 쌓여 눈에 보이지않는 것들을 보고 생각하며 새롭게 구성하는 힘. 그럴려면 나를 붙드는 온갖 것들로부터 자유해야 한다. 통찰력게임이 가족, 일터, 일상, 재정 등,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붙잡는 것들로부터 나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습관을 게임하듯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유다.

나는 당신의 일상에서 그저 그런 하루가 지금까지보다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런 날들이 모두 행복의 편에 서면 좋겠다. 반쯤백수, 스위처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며 언젠가는 멈춰야할 때가 있다는 운명적 진리 앞에 오늘이라는 시간에 조금 더 진지하면 좋겠다. 그래서 행복을 모를만큼 행복을 누리면서 끝까지 행복했으면 좋겠다. 죽을 때까지 당신의 삶에 진심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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