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람은 자주 결심한다.
이번엔 다르게 살겠다고.
이번엔 흔들리지 않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선을 그어보겠다고.
말은 단단하다.
표정도 단호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결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을 보면
결심이 깨져서라기보다
결심이
내 모든 것을
지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심은
생각의 언어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건
자리의 언어다.
사람에게는
각자 돌아가는 자리가 있다.
힘들 때 찾는 방식,
불안할 때 몸이 취하는 자세,
외로울 때 마음이 붙는 방향.
그 자리는
어느 날 만들어진 게 아니다.
처음 혼자 버텼던 날,
처음 설명 없이 참았던 순간,
처음 “괜찮다”라고 말하며
자기 마음을 접어두었던 기억.
그때 몸이 배운다.
이렇게 하면
살아남는다고.
그 이후의 선택들은
대부분 그 자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기보다
과거의 자기 자리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존재에 가깝다.
그래서
새로운 결심은 자주 실패한다.
결심은
과거에 형성된 자리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변하고 싶을 때마다
자기를 몰아붙인다.
의지가 부족하다고,
각오가 약하다고,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다고.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건 게으름도, 나약함도 아니다.
몸이
익숙한 자리로 돌아가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사람은
자기가 어디에서 버텨왔는지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 자리는
대부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심은
항상 지금 자신을 벗어나려 하고
사람은
과거 자신으로 돌아간다.
이 간격에서
사람은 자주 자신을 잃는다.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려 하고,
어떤 사람은
계속 자신을 고쳐 쓰려한다.
하지만 돌아갈 과거 자리가
바뀌지 않으면
삶의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더 강한 결심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필요한 건
자기가 매번 돌아오는 그 자리를
처음으로
정면에서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자리는
부끄러운 곳이 아니라
살아남은 흔적일 수 있다.
아직
제대로 불리지 못한 자리,
아직
말을 건네지 못한 마음.
사람은
결심으로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돌아갈 수 있는 자리만큼만
살아간다.
당신은
결심이 무너질 때마다
어디로 돌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그 자리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다음 화에서는
이 질문을 한 걸음 더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