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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병장수 May 29. 2023

시지프 신화_알베르 카뮈

삶에는 원래 의미가 없다

투자 실패, 사기 등 희망을 가졌다가 무너지자 삶에 의미가 없다며 자살 시도하여 내원한 환자가 늘었다.


톱니바퀴 돌듯 똑같이 반복되는 미친듯이 바쁜 일상의 어느날

완전히 소진되어 집에 돌아와 텅 빈 집에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컵라면에 물을 붓는 순간

내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지 일을 하기 위해 먹고 자는지 헛웃음이 나다가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는 극심한 권태감이 몰려왔다.


나 스스로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시련의 극한에 몰린 환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합니다'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삶에 의미가 없다고 죽는다는 논리는 삶이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 확립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본래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삶에 의미가 없다고 굳이 죽을 필요가 없다.

어떤 진리도 절대적이지 않고, 어떤 일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므로 섣불리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나 목표를 갖는 것은 오히려 거기에 얽매임으로써 자유를 박탈당하는 삶을 유발해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든다.

설사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했다고 무조건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또 다른 허무감만 몰려온다.


허무주의병을 앓고 있는 현대의 지성을 향해 카뮈는 삶의 부조리(=비합리성)를 인식함으로써,

나를 옥죄던 의미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확보하고,

인생을 최대한 많이(=매 순간을 인식하면서) 살고,

그 과정에서 창조(=다른 사람이 따라할 수 없는 나만의 인생)를 하라고 권한다.


비합리적인 세상에서 언젠가 죽음을 경험할 유한한 시간을 사는 인간은,

원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삶의 책임을 성실히 감당하고 버텨내며 살아가야 한다.

다만 매 순간을 명철하게 인식하고, 나에게 주어진 일상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란 사랑, 우정, 동지애와 같은 인간 관계이다.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이 세계 안에서 인간적인 것에 불과한 것은 무엇보다도 뜨거운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불행도, 행복도 불가피한 것이라 까닭없이 찾아오지만

인간은 불행은 운명으로, 행복은 나의 노력으로 온다고 착각한다.


내일의 행복을 바라며 끌려가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통찰력 있는 태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전에는 미쳐 인식하지 못한 크고 작은 불행도 행복도 알아차릴 수 있는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며 살수 있고 그렇기에 자살로 삶을 빨리 마감할 필요가 없다.


오늘 문뜩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 한줄기의 행복을 느꼈다.

항상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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